전시 소식

〔LEE JOUNG OK〕화가 이정옥|낙원백마도 (민화작가 이정옥,이정옥,이정옥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7. 2. 14:14

 

 

낙원백마도, 150×700실크위에 채색, 2013. 작가는 2011년도부터 이 작업을 시작해 꼬박 2년에 걸쳐 완성했다. “그러나 실제로 작업준비기간으로 따지면 내 마음속에서 20여 년 전부터 이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언젠가 형태적으로 너무나 완벽하게 생긴 말()을 인간의 삶과 연결되는 회화세계로 꼭 한 번 표현해 보고 싶었었다. 결국 낙원(樂園)으로 가는 길에 나의 삶도 우리의 인생길도 반추해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겨울비, 소리 없이 대지를 적셨다. 날은 저물고 바위틈서 잠시 졸은 것뿐인데, ()이 산하를 뒤덮었다. 느리게 오가는 듯 보일 듯 말듯 희뿌연 구름을 헤치며 끝내 이상향(理想鄕)을 찾아가는 고요의 바람. 저 아래 계곡 어디 가늘게 들리는 물 흐르는 소리, 후드득 솔잎 눈을 흔드는 막 지나간 작은 새 흔적. 오오, 홀로이 나도는 마음의 향내여!

 

 

 

 

 

   (오른쪽 부분)소나무, 태양, , 바위, 영지, 불로초 등은 태초에 존재한 자연이다. 그 속에 가 탄생했다. 일생을 치열하게 살아가며 과연 는 그처럼 본래의 심성을 얼마나 간직하고 있을까!

 

 

 

마치 구름 속으로 달려가듯 말()들이 령()을 넘어 전진하고 있었다. 미끈하게 빛나는 말 등, 풍염(豐艶)한 엉덩이의 탄력적인 리듬은 우아한 선율처럼 바위며 강물이며 숲을 유연하게 가로질렀다. 그 말들의 거침없는 행진은 차라리 휘황찬란하였다.

 

 

 

 

   

 (중간부분)치열한 생존 속에서 자아를 잃지 않고 오직 자신의 길을 찾아 달려가는 말들. 인간의 군중(群衆)과 흡사한 모습이다.

 

 

 

현기증 날듯 이 눈부신 풍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소년도 어느 때 노인이 되면 회상(回想)할 것이다. 저 야생(野生)의 말 등에 앉은 자 누구였던가. 오직 갈망의 눈빛을 품은 자에게만 허락된 저 질주의 말안장이여!

 

 

 

   

 (왼쪽부분)소용돌이 속에서 최선을 다한 삶을 승화시키는 말들의 행군모습이다. 우리네 삶도 이와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우는 파노라마의 장엄한 대미(大尾)의 묘사력을 펼치고 있다.

 

 

 

이정옥 작가는 이렇게 전했다. “대작(大作)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도 작가로서 큰 기쁨이 아니겠는가. 긴 여정의 작업을 마무리해 놓고 새벽시간 작품을 바라다보았다. 청춘엔 세상에 대한 울분이 있었고 지키기 어려운 계율에 반항했었던 기억이 주마등(走馬燈)처럼 스쳐갔다. 어제의 잘못을 오늘 범치 않는 것이 신()의 뜻을 거역하지 않는 것이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1216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