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인숙(Artist, KIM IN SUK)
나지막한 언덕을 타고 오르던 바람이 어머니의 하얀 버선코 같은 구릉을 지나 내려왔다. 달콤한 풍선과자처럼 몇 번 뒹굴던 흰 눈(雪)이 사르르 찬바람을 안고 급기야 와락 가슴을 파고 들었다.
자연으로부터, 72.7×60㎝ Mixed Media on Canvas, 2013
유년의 그리움은 그렇게 아리고 절실한 것인가. 체온으로 녹아내리는 축축한 물줄기에 앙앙거리며 투정부리면 엄마는 젖은 몸을 살갑게 닦아주며 ‘이제 곧 키가 더 클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72.7×60㎝
그날 이후 아이는 꽃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었다. 눈 쌓인 산야(山野)에 피어난 한 송이 야생화. 사방이 고요한 살얼음 낀 호수의 수면위에 유유히 하늘거리는 수줍은 속살을 드러낸 연보라 꽃 한 송이.
72.7×60㎝
아아, 생(生)은 알 수 없는 길의 연속이런가. 만남의 희열 뒤에 오는 이별의 애수(哀愁)처럼 저 한설(寒雪) 몰아치는 언덕에 부유하는 꽃향기의 노래…. 피어나라. 하여 생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고고한 자태로 봄을 맞이하시라!
한편 와우이즘 창립10주년 특별기획전 ‘스물다섯의 시각’은 부스개인전으로 진행된다. 김인숙 작가의 ‘자연으로부터’ 부스개인전은 지난달 27일부터 2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02)736-1020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12월2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