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목판화는 전통적으로 배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 은행나무, 벚나무, 피나무와 같이 단단하며, 옹이가 비교적 적고 결이 고운 나무들을 사용했다. 목판화는 나무의 모성으로 세계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매체다. 나무는 계절과 기후의 변화에 따라 자라온 시간과 경험의 축적으로서 나이테를 형성한다. 이것은 인간들이 몸담고 사는 세계의 변화에 맞서 형성된 마음과 닮았다. 이러한 나무가 가진 거칠고 균질하지 않은 표면에 작가가 깎고, 새기는 제판 과정에서의 직접적인 신체적 경험을 더해서 자연의 감수성뿐만 아니라 인간사의 질곡과 상처, 그리고 행복한 순간의 자국들까지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다. 이렇게 나무는 땅과 햇빛, 그리고 물에 의해서 ‘생’했지만(수생목), 목판화용 칼인 금에게 ‘극’을 당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