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신은 첫 개인전 이후 줄곧 나무만을 소재로 하여 작업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실재하는 나무의 모양 그대로를 재현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줄기와 가지 그리고 잎으로 구성되는 나무의 형태를 수용하되 독자적인 형식을 모색해왔다. 따라서 생략 및 단순화 또는 왜곡이라는 방법으로 재해석하는 식이었다. 즉, 나무의 형태는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느낌과는 또 다른 회화적인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데 의미를 두었다.
최근에는 자작나무와 더불어 미루나무라는 두 가지 나무를 다루고 있다. 물론 단순화하고 생략적이기에 두 나무를 분별한다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의 작업에서 그 형태적인 해석에서는 큰 차이를 드러낸다. 자작나무 연작이 사실적인 공간에 머물러 있다면, 미루나무 연작은 평면적인 구성을 통해 현실과 유리된 현대적인 조형공간을 점유한다.
자작나무 연작은 가지를 생략한 채 줄기와 잎으로만 구성된다. 명료한 형태를 보여주는 하얀 줄기와 무성한 잎들이 어우러지는 지극히 간결한 구성이다. 전체적인 인상은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거기에서는 사실적인 공간감이 느껴진다. 실상의 압축 및 요약이라는 조형어법을 적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다시 말해 현실감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이미지만으로 형태를 압축함으로써 현실적인 공간감이 유지되는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미루나무를 소재로 하는 작업은 자작나무보다 한층 간결하고 대담한 구성이 독특하다. 생략과 형태 변형이라는 조형어법을 통해 반추상화 형식을 추구한다. 특히 평면적인 이미지로 압축되는 형태해석은 기존의 자작나무 연작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미루나무는 곧게 뻗은 키 큰 줄기에 비해 가지가 작아 키다리 같은 모양이다. 이와 같은 형태적인 특징을 살려 간명한 평면적인 이미지로 해석하고 있다.
△신항섭(미술평론가)
△출처=이코노믹리뷰 2013년 4월22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