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호성
‘떨어짐’에 대한 논리적 사유 전달
탐스러운 붉은 빛과 잘 닦으면 거울 같을 만큼의 반들거림도 좋은 사과. 자연에서의 사과를 주제로 차용한 김호성 작가는 과일의 ‘떨어짐’에 주목한다. 극사실주의의 성격이 강한 작가는 사물의 표면에 나타나는 성질만 집요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몇 가지 논리적 사유와 기호를 작품세계 저변에 구축해 놓고 있다.
우선 하나는, 야구에서 투수와 포수만이 주고받는 은밀한 사인에 비유할 수 있는 떨어짐이다.
트렁크가 어디죠 80.3×116.8cm Oil on canvas 2010
그것은 상대방은 물론 관중들도 알아서는 안 되는 것으로 일정 정도 거리상의 문제도 있지만 어지간한 훈련과 대화 없이는 쉽게 알아볼 수 없는 것. 투수의 손을 떠난 공과 떨어짐의 상관관계는 뉴턴의 사과나 아담과 이브의 사과라기보다는 활의 명수인 윌리엄 텔의 사과에 가깝다.
윌리엄 텔이 아들의 머리 위에 있는 사과를 쏘아 맞힐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와 아들과의 신뢰라는 점을 작가는 주목하고 있다. 그러니까 믿음의 사과다.
그 다음으로, 외야석에서 경기를 바라보는 대중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대중을 직접 그라운드로 초대한다. 같이 놀고 즐기며 그들에게 남겨지길 원하는데 이 방법론의 도구는 서로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은밀한 사인이다.
작가는 “대중과 은밀한 사인을 통해 느껴지는 유대감을 사회 전반에 관한 우리의 인식으로 그 지경을 넓혀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 화면에서 그는 리얼리즘을 완성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감정 이입을 원하고 있다.
맛있는 거 사줄까 91×91cm Oil on canvas 2010.
서양화가 김근영씨는 “작가가 기호적인 측면에서 사과를 자주 등장시키면서도 매번 다른 생각과 내용을 담는 것은 늘 생각하고 변화를 추구한다는 반증일 것이다”라고 쓰고 있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대중에게 나는 의미 있는 사과를 던지고 싶다”고 한 사과는 인간 나아가 인간에서 이뤄지는 어떠한 것들을 포함하는 일상사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물론 그것은 윌리엄 텔 같은, 의지에 의해 선택할 수 있는 강제성의 떨어짐 그 현대적 해석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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