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 이요훈
‘…사랑하는 마음은 얻으리. 사랑하는 마음이 바친 것을.’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연가곡(連歌曲) ‘멀리 있는 연인에게(An die ferne Geliebte. op.98)’ 음률이 순수 애틋함을 한 차원 높게 승화시킵니다. ‘내면의 안정감을 이끌어가는 내실 있는 품격의 음색’을 이요훈 성악가는 베이스(Bass)의 기쁨이라 했습니다. 마음의 말미에 평안이 깃드는 1월입니다.
하얗게 내린 눈(雪)위로 덧없는 바람이 겨울비를 흩날리던 날이었다. 교회당 종소리 여운이 어딘가 맨얼굴로 서성일 것 같아 두리번거릴 때 수척해진 가지들만 두런거리며 창백하게 덜컥이는 창가에 서성거렸다.
‘차가운 바람 불어 내 얼굴 때리고 머리에 모자 날려 앞으로 갈 수 없네….’ 그는 절절한 심경을 토해내는 고백의 묵도(黙禱)처럼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겨울 나그네(Winterreise)’ 스물네 곡 중 ‘보리수((Der Linden baum)’를 나직이 불렀다. “시상(詩想)의 감흥과 반주의 선율묘사가 이토록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음악으로 표출한 사람은 전무후무하다. 슈베르트 가곡은 노래라기보다 한편의 주옥같은 시”라고 찬미했다.
그는 샤를 구노(Charles Francois Gounod) ‘파우스트, 메피스토펠레스’, ‘히브리노예들의 합창’으로 유명한 베르디(G.Verdi) ‘나부꼬’,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 ‘호프만의 이야기’ 등 그동안 28편의 오페라 주역을 했다.
바리톤 이요훈
가장 기억에 남는 배역으로 독일, 한국 등 여러 음악회무대에 선 베토벤 최후 작품인 교향곡 제9번 ‘합창’을 꼽았다. 교향곡인데 합창과 솔로를 넣은 새로운 작곡기법의 성공적 작품으로 특히 ‘오, 친구여! 이 소리 말고 더 좋은 소리로 노래 부르세. 더 기쁜 노래를 부르세…’라는 꿈과 희망을 담은 제4악장 ‘환희의 송가(An die Freude)’에서는 베이스가 솔로부분 주역할로 당당하게 나서며 합창으로 이어진다.
“베토벤 작곡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기악, 성악, 독창, 합창 등 음악에서의 모든 것을 어울리게 펼쳐 보인 앙상블로 구성되어 깊이 있고 폭넓은 인간의 감정을 자아 낼 수 있는 스케일의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가로서 경계해야 할 점으로 “작품성이 충실하지 않는데 분위기에 규합하여 어필하려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럴수록 자기 것에 충실해야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잘하는 자기의 것을 왜곡, 변질하는 것은 진정한 음악에 대한 오해”라며 안타까워했다.
음악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메시지를 전달받으나 그럼에도 금방 티가 안 나는 시간의 예술"이라며 그러나 "논리가 아니라 심장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친근함과 애정의 공감필링이 있다”며 활짝 웃었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1월9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