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SONG KEUN YOUNG〕 한국화가 송근영|기다림의 靜穩, 無我의 상념 (송근영 작가,송근영)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4. 28. 23:26

 

  

Secret Garden, 한지에 먹, 채색, 꼴라주 60x45.5cm, 2011

 

 

 

한지는 마블링(marbling)을 해서 건조한다. 가지나 바위 얼룩은 꼴라주로 변화가 생생해 보이고 수묵과 어우러져 대비와 조화가 이뤄진 현대성을 보여준다.

 

옥색 물길은 젖어있는 듯 보드랍다. 얕은 수면의 무뚝뚝한 돌들은 그러나 굽이도는 길을 안내하고 나무들의 훌륭한 이웃이 되어주었다. 투명한 안식(安息)은 봄바람처럼 차고도 부드러웠다.

 

산들바람에 실려 온 매화, 복사꽃 향취. 담박(淡泊)하여 깨끗한 꽃들과 은근한 바위 돌을 벗하여 소담스런 동산에 꽃이 피네 꽃이 피었네. 소박한 색채들 사이 아이들이 맨발로 재잘거리며 지나갔나. 생기발랄한 자연의 흐름은 평화롭고 마음 속 해와 달샹그릴라(Shangri-La)는 속삭임으로 다가왔다.

 

그는 눈이 부셔 눈길을 계곡의 짙은 녹색 위로 옮겼다. 모든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고 연못을 스쳐 흘러나오는 하프시코드의 은방울 같은 단조로운 곡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풍경과 음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제임스 힐턴(James Hilton)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Shangri-La Project’, 한지에 먹, 채색, 꼴라주, 118x178cm, 2011

 

 

 

산길을 걷는다. 작은 언덕을 넘어 심호흡 한 번 하노라면 평평한 물줄기가 풀과 나무들 사이 골고루 생명의 물을 나른다. 그 길을 재촉하노라면 우연히 만날 크고 작은 바위들이 멋들어진 흥취 속에 나타났다.

 

물은 바위에서 잠시 머문다. 하여 돌은 또 하나 물의 출발점이었다. 은근함이 담긴 자연의 그림. “얼핏 보기에는 몇 번 그리고 나면 더 그릴 게 없을 것 같은 단순한 바위나 돌을 그리기 위해 꽃이나 돌 혹은 바위와 마음으로 대화를 하며 순간적이면서도 즉흥적인 순도가 깊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박영택, 미술평론가>

 

새는, 내가 꿈속에서나 거닐어 본 창공을 자유로이 날다, 맴돌다 복사꽃 가지로 날아와 앉았다. 꽃이 되고 팠을까. 꼭 다문 입술로 강물을 내려다보는 눈빛엔 오랜 기다림의 정온(靜穩), 차라리 무아(無我)의 상념이었다.

 

 

 

   

Flow-한지에 먹, 아크릴, 꼴라주 60.5x45cm, 2011

 

 

 

寧同萬死碎綺翼(녕동만사쇄기익)

함께 있다가 날개가 찢어져 가루가 될지언정

不忍雲間兩分張(불인운간량분장)

구름에서 암수가 서로 떨어져서는 참지 못하리!”

<이백(李白) , 白頭吟 >

 

 

저 흐르는 냇가에 발을 담근다. 하나, . 돌이 되고 바위 되면 온화한 물길에 몸 기댈 수 있을까. 허나 노을 지고 내 발 물기를 닦노라면 어느새 흐름은 단순하면서도 무심히 제 길을 가버렸다.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172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