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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황지현(HWANG JI HYUN)|꽃잎처럼 하늘거렸던 젊음이라는 한 때의 시절(황지현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4. 23. 01:03

 

In my dream, 46x27cm Mixed media on Canvas, 2009

 

 

      

저기 풍선을 매달면 행복은 주렁주렁 열릴 거야. 허나 꼬불꼬불 울퉁불퉁 저 나무 어이 오르나. 등 빌려주는 사람 없어 하염없이 바라만 보네. 차라리 꿈이었으면!

 

 

정박(渟泊)이란 잠시 머무는 것임에도 배는 늘 새롭게 출항한다. 슬픈 건 이별이 아니라 설렘이 사라진 것이라며 한 여인이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추억의 부스러기들을 흩뿌린다. 파도가, 꽃잎에 부서지며 세상에 싱거운 사랑은 없다고 절규한다. 예감이란 작별의 시간을 알리고 꽃이 처음 피어난 시절을 망각했기에 잊음을 맞은 것이라 후회했다. 그러나 배는 떠나고 등대는 장부(帳簿)를 결산하듯 무심했다.

 

비통한 첼로의 선율이 폭풍우 중심을 서서히 지나가듯, 등대 불빛이 물결에 스민다. 그 물위에 피어난 모란. 꽃은 기억한다. 별 하나, 별 둘. 레드카펫을 고혹의 자태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차가운 페리도트(peridot) 귀걸이가 꽃잎처럼 하늘거렸던 젊음이라는 한 때의 시절을. 실바람이 분다.

 

 

   

 

Sweet Comfort, 40x40cm Acrylic on Canvas, 2009

 

 

 

살풀이 춤 하얀 수건이 허공서 휘감기다 격렬하게 떨며 검푸른 바다로 낙하한다. 적막 속으로 모두를 던진 사람의 체온이 길을 잃은 채 외로워하다 물안개처럼 사라진다. 넘실대는 물결에 매달리며 떼쓰듯 진눈개비 쏟아진다. 미련 없이 스러져가는 슬픈 연가(戀歌)속으로 밀려오는 파도, 철썩이는 파도소리.

 

한번쯤 주목받는 때 있어야 이라 할 수 있지 않나

밤하늘은 한 점 티 없는 결로 푸르렀다. 대견스럽게도 나무와 꽃들은 정원사의 손길없이 잘도 자라주었다. 식물들은 도시의 조명에 익숙한 듯 황금색으로 순백을 넘나들며 생생히 뻗어나갔다. 옥상의 정원은 이제 도시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척박한 환경을 무릅쓰고 스스로 낮추고 휘어져 튼튼히 기반을 다진 소나무는 가지 한 자리를 기꺼이 배려했다. 협곡을 흐르는 강물처럼 휘감아 성장하는 꽃들은 사랑하는 사람처럼 공생했다. 바람이 불 때면 화려한 군무(群舞)는 더욱 눈부셨다.

 

 

 

   

    Lighthouse, 117x73cm Acrylic on Canvas, 2011

 

 

 

모란의 자태는 갈수록 우아했다. 늦은 시간까지 천사와 나팔소리의 황홀한 안식을 기록하던 사원(社員)은 영혼의 안식처와 축복에 대한 문장을 서술하다 콧등이 시큰해지는 감동에 잠시 머뭇거리기도 했다. 그렇다. 누구든 한번쯤 주목받는 때도 있어야 살았다 얘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그곳에서 뱃고동 소리가 들린다며 비둘기 한 쌍이 웃으며 전했다. 점점 달팽이처럼 우뚝 뻗어나가는 풍경을 두고 누구는 보았다 하고 어떤 이는 찾았다 할 때 군중 속에서 외마디가 들려왔다. 오오저 귀환(歸還)의 희망!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