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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생강 (LEE SAENG KANG)| |숨소리, 대자연의 순환 그 고매한 자취의 정적! (대금산조, 이생강, 죽향 이생강, 竹香 李生剛)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5. 4. 21. 20:07

 

죽향 이생강

 

 

 

바람을 시리도록 채찍하면 감미롭고 처절한 가락이 흐를까. 몰아치는 삭풍에 시나위 선율은 신()의 이야기를 전하려나보다. 대숲은 청록의 푸름으로 영롱한 햇살을 껴안는다. 죽향(竹香) 이생강(李生剛) 선생은 어디 춘하추동뿐이랴. 산조(散調)는 대자연의 생동을 묘사한 진짜 우리 것이라며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살이 두텁고 양 옆에 골이 패인 묵은 쌍골죽으로 만든 대금(大芩)을 들고 죽향(竹香) 선생은 불기 전에 살짝 침을 발랐다. “입김은 뜨거운 것이라 자칫 갈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소리가 연주의 사상과 감정을 다 내포하고 표출하는 데 하나도 막힘이 없어 무아지경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제는 말을 안 해도 서로 소통되는 세계를 공유한다며 악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관계를 특정 지었다.

 

선생은 196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무용극 춘향전공연에 악사로 동승했다가 독주(獨奏)를 하고 일약 솔리스트가 되어 돌아왔다. “그 때 주인공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약13분이나 공백을 매워야했지요. 단장의 지시로 무대에 올랐는데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그 시절은 6.25한국전쟁 이후 가난과 분단국가라는 해외의 인식이 있었고 그래서 그 나라의 예술이라는 선입견이 없다고 볼 수 없었던 때 편견을 불식시켰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의미가 컸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때의 연주가 독주자로 데뷔하게 만든 첫 무대가 되었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대금을 대자연의 재료로 대자연의 소리를 담아내는 악기이지요. 담을 그릇이 너무나도 크며 담을 것이 무궁무진합니다. 선조의 정신과 얼이 함축된 살아 숨 쉬는 싱싱한 생명의 에너지가 이 속에 다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자연의 자정적(自淨的) 순환의 감동적인 움직임과 고매한 자취의 정적을 통틀어 담아 시심(詩心)을 일깨우는 대금은 나의 숨소리와 같은 존재이지요. 늘 잠자리에서도 머리맡에 대금을 둡니다. 갑자기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연주해 녹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죽향 이생강

 

 

 

문도(門徒)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원형을 망각한 우리의 전통적 음악은 생명력이 없습니다. 감동을 주지 못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기초를 잘 다져야 한다는 이 단순한 진리로부터 출발해 동경(憧憬)을 키우라 강조 한다고 했다.

 

선생의 예술정신에 대해 부탁했다. “경지란 보이지 않습니다. 완전하다고 생각했더니 또 가지가 나오고 불완전을 넘어 완전을 향하는 그 반복의 원대한 음악세계는 끝없는 무한대이지요. 곧 적류(笛流)에 떠가는 대금에 불사른 한사람의 예술 혼()이 담박하게 실려 갈까요. 그러면 추야장(秋夜長) 달빛아래 애절히 떨리는 광야의 노래가 맨가슴으로 휘몰아칠까!”

 

 

 

출처=-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21018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