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조각가 김인태 | 예술과 상업 문명 그 비판적 성찰(김인태,김인태 교수,김인태 작가,멀티미디어작가 김인태)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4. 28. 00:24

 

Apotheosis of Mao 22(h)×14.5(w)×6(d)

 

 

조각가 김인태의 ‘Apotheosis’책을 소재로 물질 숭배와 찬양을 빗대다

 

 

 

1년 전 이맘 때쯤,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을 때 회자되었던 단어가 있다. 신격화라는 의미의 아포테오시스(Apotheosis). 디지털 문명시대에도 여전히 이 숭배(Worship)와 관련한 찬양은 유효한 것일까. 조각가 김인태는 역사, 예술, 언어 등 다양한 장르의 책 조각을 통해 현재 혹은 오늘의 시점에서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서로 어긋나고 때론 이율배반적인 것들을 빗댄 메타포를 제시하고 있다.

 

마오, 황제에 대한 숭배

중국의 고전에 정통한 학자이며 많은 책들을 섭렵했고, 철학과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문화대혁명의 중심 인물 마오쩌둥(毛澤東 1893~1976).  평온한 얼굴 위에 가운데로 가르마를 탄 검은 머리카락, 섬세한 손, 목표를 꿰뚫을 듯한 시선. 머리 전체에 안정감을 자아내는 기묘하게 납작한 두 귀그리고 턱 위에 있는 점은 주름살 없는 넓고 흰 얼굴에 거의 부조처럼 보인다.”(마오쩌둥/로스테릴 지음/박인용 옮김/이룸)

 

다시, 시점은 마오쩌둥 사망 후 15년여 뒤인 1990년 전후. 로스테릴의 저서에 의하면 1989년 마오쩌둥의 표준 초상사진이 37만 장 인쇄·판매 되었지만 그 다음 해에는 2300만 장, 1991년에는 5000만 장으로 늘어났다이즈음 가라오케 클럽은 마오쩌둥을 가리켰던 호칭 붉은 태양노래를 찬양하는 젊은이들로 가득 찼으며 1년 동안 무려 600만 장이나 팔렸다.

 

작가는 지난 1991년 격심한 홍수가 양쯔강 유역에 내습했을 때 농부들은 신적인 존재인 마오쩌둥의 기념물을 움켜잡았다오늘날 첨단 자본주의를 향해 질주하는 중국을 바라보면서 마오의 자서전에 달러를 얹혀 메시지를 건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Art in Worship 50(h)×32(w)×14(d)

 

 

연암, 이질적인 대상과의 접속

조선 후기 북학파를 대표하는 실학자 연암 박지원(1737~1805). 178040대 중반의 연암에게 중원 대륙을 유람할 기회가 왔다열하일기(熱河日記)5월에 길을 떠나 10월에 돌아오는 6개월에 걸친 유쾌한 여행 기록으로, 한 출판물은 이렇게 쓰고 있다. 그것은 이질적인 대상들과의 뜨거운 접속의 과정이고 침묵하고 있던말과 사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발굴의 현장이며 얘기치 않은 담론들이 범람하는 생성의 장이다.”(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고미숙 외 엮고 옮김/그린비)

 

연암은 몽골, 위구르, 티베트 등 중국 변방의 이민족들, 코끼리와 낙타 등 각종 기이한 동물들과 마주치고 또 저잣거리 한 복판에서 벌어지는 요술의 퍼레이드와 만난다이 이질성의 도가니를 종횡무진 누비며 관찰하고 사유하고 기록한 연암의 유머, 특히 언제나 단순한 웃음을 넘어 기존의 익숙한 사유를 비트는 상상력이 내장되어 있는 그것을 김인태 작가는 작품 열하일기에서 포착해 내고 있다.

 

김수한 드라마 음악감독은 책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조합했다. 이는 연암이 중국 여행 기간 동안 다름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열하일기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작가의 시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여기서 연암의 유쾌한 일기 한 대목. 천리까지 아득히 펼쳐져 있는 요동 벌판에 들어서서 연암은 , 좋은 울음터로구나. 크게 한번 울어볼 만하구나!”라고 외쳤다. 천지의 광활함을 처음 목도한 충격의 역설, 이름 하여 호곡장론(好哭場論)이다.

 

 

 

열하일기 21.5(h)×22(w)×9(d)

 

 

예술, 상업화의 가련한 찬양

예술이 상업적 시류에 편승하고 있는 것에 대한 가련한 찬양을 빗대어 꼬집고 있는 세계적 미술잡지 Art In America의 표지와 십자가. 사회의 체온계로 문제점을 제기하는 예술의 정신사적인 역할을 상기시키고 있다.

 

작가는 십자가는 예술이 물신주의에 앞서거나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을 비판하고 정제해야 되는 기능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반성, 회복을 위해 고난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을 담는 단지 하나의 상징성으로 아트잡지와 조합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624일부터 77일까지 서울 한남동 갤러리 서화에서 북 아트 시리즈 ‘Apotheosis’전을 갖는다(02)546-2103.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