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핀의 달콤한 꿈 60×60㎝
꽃잎의 본성…아름다움의 가치
서양화가 이형민 ‘조세핀의 달콤한 꿈’…자연이 던지는 언어 순환의 깊은 이치 보여줘
5월의 자연에는 온통 사물의 언어로 가득하다. 장미의 알싸한 향기며 새 소리며 꽃에 날아든 나비의 몸짓이 그러하다. 꽃잎은 완전한 개체다. 그 자체가 자유의 세계다.
매혹
꽃잎은 화면의 부분, 은유로 읽히는 여백. 꽃송이를 비추는 햇살, 꽃잎에 걸린 허공. 맑은 울트라마린 블루(Ultramarine blue) 꽃잎에 촉촉이 젖은 가는 비 흔적을 보다가 문득 그 미적 충격에 출렁거린 내면. 보고 아는 것이 전부였을까.
꽃잎들이 발산하는 감각 언어와 참을 수 없을 만큼의 고요. 매혹은 느낌의 세계다. 이형민 작가는 “어느 봄날 꽃잎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휘날리다 내 작업 공간 뜰까지 내려왔다. 샤넬 향수처럼 내 후각을 자극한 눈부심! 그때 가냘프게 지는 꽃잎”이라고 노트에 적고 있다.
조세핀의 달콤함 꿈 90.9×72.7㎝
달콤한 꿈
손에 잡힐 듯 말듯 살짝 돌출된 화면의 꽃잎에는 생동감이 흐른다. 그 아래 나폴레옹의 여인, 조세핀 보나파르트 황후가 좋아했다는 꽃대 끝 옹기종기 모여 있는 두상화(頭狀花) 꽃봉오리들이 보일 듯 말 듯 비밀스럽게 숨겨져 있는 듯하다.
앙드레 말로의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된다’처럼 작가는 현대사회의 인간을 읽는 키워드를 꽃잎에서 찾은 것 같다. 하여 조세핀의 달콤한 꿈은 꽃잎을 통해 얽힘을 풀어내 상실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포용하는 감미로운 비유를 선사하고 있다.
조세핀의 달콤한 꿈-원, 지름 45㎝
아름다움의 가치
꽃잎과 인간의 꿈이 화면에서 함께 엮어가는 신비롭고도 몽환적인 조형언어와 여백의 구도. 이를 두고 작가는 “생의 순환을 이해하는 것, 나는 그 깊은 이치를 담아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 방법론으로 그는 “인간 존재의 허망함과 누추함을 자연으로 들어가 치환하는 것”이라고 작가노트에 쓰고 있다.
독일에서 수학 당시 스승인 자니스 코넬리스(Jannis Kouunellis) 교수 역시 “그의 회화기법들의 진지함은 그의 작품을 더욱 심도 있게 하는 것과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실현시키게 될 것이다”라고 격려했다. 이렇듯 ‘자연이 던지는 언어’의 관점에서 이형민 작가가 조세핀의 달콤한 꿈을 빌어 꽃잎의 본성을 화면 위에 펼쳐놓음으로써 우리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상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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