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한국화가 홍성모 | 소박하고 애절한 정감의 서정미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4. 20. 21:52

 

감상자들에게 섬세한 절제미와 풍부한 상상력 제시…참여 의지도 제공해

 

군더더기를 덜어낸 깔끔하고 단아한 화면. 실경산수(實景山水)의 아름다움을 서정적 감흥으로 풀어낸 조형 어법으로 문인적인 정서와 미감을 보여주고 있는 오산 홍성모 작가. 저 산하에는 만물이 기운생동하고 수묵 향(香) 그윽한 화폭엔 봄 향연이 나지막히 울린다.

 

 

 바람소리 71×37㎝

 

 

봄, 바람
강변. 늘어진 실버들 가늘게 일렁인다. 소리 없이 오는 봄바람, 시간의 의미. 문득 매월당(梅月堂) 김시습의 시 ‘유객(有客)’처럼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닐면 백년 근심이 사라질까. 한 점 한 획으로 화폭에 담아 낸 희망의 스며듦과 생의 지속. 구름을 걷어낸 봄 햇살 아래 소박하고 애절한 정감이 묻어나는 소재들이 드러나면 화폭은 한 편의 수필을 떠올리게 한다. 김상철 공평아트센터 관장은 “기세나 기운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기보다 습윤한 공기와 풍만한 자연적 서정미가 바탕”이라고 썼다.

 

 

세월 70×144㎝

 

 

세월
바위와 물 그리고 소나무. 우리 산수(山水)의 원형. 앞으로 앞으로만 흐르는 시간의 엄격을 녹여 신새벽 물기 머금은 두껍고도 견고한 소나무껍질의 중후(重厚). 그것에 나약한 인간의 몸 기대면 세월 속 진정한 꿈 만날 수 있을까. 작가의 묵필법과 나무를 그릴 때의 수준법(樹法)으로 그려진 소나무 작업들을 장연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섬세하면서도 절제미가 수반된 것”으로 평했다.

 

주제가 되는 사물에 응축된 작가의 심상과 화폭의 상쾌하고 집중력 있는 공간을 형성한 여백미를 두고 김상철 관장은 “주제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냄과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풍부한 상상과 참여의 의지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큰 무리 없는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봄의 소리

 

 

운율과 감흥 그리고 정신
그는 진지하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한 기질의 작가로 먹의 번짐이나 간결한 필세를 이용한 생동감 넘치는 화면의 정경묘사가 압권이다. 그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미적(美的) 맑은 기운을 화폭에 담고자 한다. 현대 수묵화의 조화와 선인들의 소중한 화론과 예술관을 귀담아 듣고자 하는 정신의 고양이 그 바탕”이라고 말했다.

 

간결하면서도 현장감을 살린 화면의 정돈된 질서에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박한 조형미에 대한 그의 정겨운 시선과 담백한 미의식이 잘 담겨 있다.

 

 

▲글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