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탄다, 15×29×32㎝, 혼합매체, 2009
청년은 바이크가 남성성을 재확인시켜주는 상징인 것처럼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그런가하면 입을 벌리고 몰두하는 듯한 표정에선 프레임 속에 불러들인 피사체에서 과연 그가 찾는 아우라(Aura)는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작품들은 마치 맵고 자극적인 떡볶이 같이 시각적 자극이 강하다.
오타쿠(otaku). 1980년대 초,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에 심취한 정도가 강한 마니아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요즘은 전문가를 뛰어넘는 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넓은 의미로도 회자되고 있다. 최근에는 온순하고 착한 남자, 초식남(草食男)이 있다. 연애에 서투르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소한 감정 소모보다 자신에게 몰두하고 투자하는 현대형 오타쿠로 분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철승 작가가 만들어낸 만화 캐릭터처럼 과장된 몸짓과 표정,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뻔뻔함 등 비슷한 외양과 행동이 주는 느낌의 인물들은 일종의 그룹으로 묶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는 “강한 취향을 가진 개체와 집단의 사고 시스템 안으로 치밀하게 파고드는 문화산업의 화려함에 중독된 채 음지로 내몰린 이들의 심리를 형상화한다”고 작가노트를 통해 밝혔다.
남자라면 바이크! , 50×95×100㎝, 혼합매체, 2009
한국의 오타쿠 세대들은 어느새 30대 전후의 나이가 됐고 인터넷 세대와 맞물려 있다. 여전히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의 부재를 이어오고 있는 오타쿠도 있겠지만 연령적으로 상당수는 이미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자립하는 위치에 있게 된 것이다. 바로 오타쿠 세대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러한 함의(含意) 때문이다.
작품들에서는 “혐오와 역겨움보다 다소의 연민과 실소를 불러일으키는 기묘함, 더불어 외면하려 해도 시선을 잡아끄는 강한 존재감”이 있다.(정효임,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아마도 그것은 청년기를 지나 성년기에 접어든 오타쿠들의 ‘결핍된 자아 찾기’ 몸부림이 겹쳐지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부모 세대가 일궈온 산업화의 풍족한 온실에서 비바람 몰아치는 황량한 벌판에 홀로 서게 된 것이다. 이곳에서는 예외 없이 적자생존과 진화의 법칙이 적용된다. "치열한 경쟁구도 중심에 서게 됨으로써 끊임없이 연구하고 집중하며 더러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오타쿠가 살아남는다.
김 브래쏭, 40×55×110㎝, 혼합매체, 2009
그들이야 말로 자신의 위치에서 성공한 진짜 오타쿠”가 되는 것이다(신일본체험기 오타쿠 이웃나라, 정원 著). 그리고 지금껏 자신이 가꿔온 윤리와 가치가 상대의 ‘그것’과 부딪히고 부서진다. 동시에 그러한 충돌 속에 싹트는 불가피한 겨룸이 있으니 경쟁이다. “죽죽 자라나고 있는 세대는 머지않아 ‘자아와 영혼의 성장을 위해 무슨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
무엇을 교환해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화두를 끌어안는 순간, 이들은 일찍이 본 적이 없는 당당하고 강렬한 개인이 될 것이다.”(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박성현 著) 또 하나, 독립적 자아로 가기위해 썩 괜찮은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그러한 상태를 즐길 줄 아는 것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2011년 4월 21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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