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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송광익‥해체와 직관의 동시성 공간과 패턴의 건축학[송광익 작가,대구출신화가,宋光翼,Song Kwang Ik,송광익 화백,통인화랑,권동철]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5. 1. 2. 16:19

지물(紙物), 120×120㎝ 한지에 아크릴, 2016. 사진=통인화랑.

 

 

“정신의 탁월성: 신은 정신을 다른 모든 피조물보다 특별히 배려한다는 것, 정신은 세계보다 신을 더 많이 표현하다는 것, 그리고 다른 단순한 실체들은 신보다 세계를 더 많이 표현한다는 것에 대하여.1)

 

화면은 신체의 운동성과 연결되어 구축되는 소통기법이라는 점에서 지극히 근본적인 특성을 지닌다. 기운의 팽창과 다스림이라는 메커니즘을 손으로 직접 만들어 구현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정형화와는 전혀 다른, 꾸밈없는 자연스러움을 동반하고 작품세계에 내재된 여러 의미망에 물음을 던져 그 결에 다가가는 감각지평을 마련해 준다.

 

이것은 빠른 시각적 흡수성으로 반응하여 투과되는 빛의 음영, 색의 농도 나아가 일순 어떤 무결(無缺)의 수행성과 조응시킨다. 궁극으로 종이와 그 변화의 공감각에 대한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실존적 산물로서의 시각문화를 제시한다. 그리하여 지물(紙物)’시리즈는 지각하는 주체와 지각되는 대상이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몸으로부터 나오는 야생적 지각(perception sauvage)임을...2)입증한다.

 

지물, 140×110㎝ 한지에 먹, 2018. 사진=통인화랑.

 

 

◇내재적 시간의식과 동일한 형식

작가는 정확한 계획보다 전체적 이미지를 구성하고 작업해나가면서 종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우연성에 매료된다. “이를테면 칼, 가위, 톱 등을 통해 자르기도 하고 손으로 찢기도 한다. 그러나 잘린 종이형태의 분위기, 색채의 두께, 뒷면의 배어나오는 사실감, 종이의 높낮음, 길이의 긺과 짧음, 배접효과 등은 수작업에서만 이뤄지는 맛.3)으로 내비친다.

 

이러한 일련의 리듬은 처음부터 작가가 의식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표면화되는 패턴(pattern)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성을 갖는다.

 

이 맥락에서 하나의 작품이 유기체로 호흡하는 지물시리즈의 내재적인 것에 대한 시간의식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전체통일성(Alleinheit).4)과 깊게 연관된다. 부연하면 현행적인 근원감각들의 함께 있음’, ‘동시에 있음은 모든 것을 포괄하며,이러한 방금 있었음은 하나의 연속체를 이루고, 그것의 각 점은 함께 있음 전체가 경과하는, 같은 종류의 동일한 형식.5)을 품게 되는 것이다.

 

(왼쪽)지물(紙物), 140×110㎝ 한지에 아크릴, 2018. (중앙)140×110㎝ 한지, 2022. (오른쪽)140×110㎝ 한지에 아크릴, 2022. 사진=통인화랑.

 

 

◇종이의 구축 그 입체의 현상학

온몸을 쏟아 부은 정중함과 종이와의 교감에서 태생되는 형상은 어떤 함의로 실체된다. 그것은 원천적인 틈을 암시하기도 하고, 우주인력(引力) 얼개에 관한 선험적 방식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종이는 평면에서 쌓아짐이 전개될수록 3차원 입체로 탄생되고 동시에 완전히 다른 레벨을 지니게 된다.

 

이것은 종이를 공간에 존재시키기 위해 작가가 필연적으로 모색한 독자적 기법이자 건축학적 조형예술에 대한 현상학으로 해석된다. 그렇게 지물시리즈는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수, 피안의 처()처럼 빼곡히 집적된 개별성의 경계 사이 포근한 생령의 영혼이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르는 공간인 것이다. [=권동철 미술전문위원 미술칼럼니스트]

 

[참고문헌]

1)형이상학 논고(Discours de Métaphysique), 빌헬름 라이프니츠(Wilhelm Leibniz), 윤선구 옮김, 아카넷.

2)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모리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 지음, 김화자 옮김, 책세상.

3)송광익, 나의 종이작업과 우연성, 2024.

4)~5)내적 시간의식의 현상학(Vorlesungen Zur Phänomenologie des inneren Zeitbewußtseins),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 지음, 이남인·김태희 옮김, 서광사.

 

[글=권동철, 1월1일 2025년, 인사이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