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라는 것은 감정이 이끄는 대로 내 삶의 흔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일상에서 산책을 많이 한다. 걸으며 사색하는 것을 좋아해서 산과 들, 강과 바다를 자주 찾아간다.” 홍엽(紅葉)으로 물들어가는 고목이 늘어선 창경궁(昌慶宮)산책길을 따라 이영박 화백과 대화를 나눴다.
이영박 작가 회화엔 꾸밈없는 자연의 정취가 품은 진리의 행간과 심성의 원천이 교차하는 따뜻한 인간애가 어리어 있다. 어머니 손 때 묻은 옹기와 낡은 창문들과 주인손길을 잃어버린 화분에 비가 내리는 철거를 앞둔 달동네가 있다. 또 여명과 노을에 비치는 강 하구와 억새, 빈 배 등이 등장하는 아련한 회상의 서정풍경이 있고 씨앗을 품은 고개 숙인 해바라기, 갈 길을 잃어버린 염소 한 마리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이영박 미술가(1947~)는 지난 1993년 제1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의 스타덤에 올랐다. 목우회 특선3회, 제2회 한국구상대제전 특별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르-싸롱 출품 입선했다. 갤러리 상,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등에서 25회 개인전을 가졌다. 작품소장처는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문예진흥원, 사법연수원, 시흥시청, 문예진흥원 등이다.
△글=권동철, 12월호 인사이트코리아,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