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단면
최석운 작가에게 화면은 인간과 동물이 함께 하는 공간이다. 인간이 부재한 화면에는 오로지 동물만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가 즐겨 그리는 동물은 개와 돼지, 새 등이다. 늘상 그가 즐겨 구사하는 원형의 구도감 속에 인물이자 동물들은 간략하고 희화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전 직업들이 생활에서 부딪친 인간 군상들의 위선, 허구와 욕망 등을 예리하게 포착해 표현하는 한 켠에 동물을 등장시켜 그 메시지를 보조하는 편이었다면 최근에 와서 동물들의 등장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을 만들면서 인간 삶을 대신하는 존재로 위상의 변화를 겪고 있다. 인간에게서보다 동물에게서 그가 꿈꾸는 삶의 한 자락을 접하게 한다.
아울러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이 무표정한 인물들은 정면으로 쳐다보는 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한 결 같이 곁눈질로 쳐다본다.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하는 이런 사시적 시선은 주변부적 인간들의 전형적인 시선이다. 무언가 강박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고 사팔뜨기가 되어있는 이들이다.
언제나 남을 훔쳐본다는 것은 남을 끊임없이 의식해서 산다는 것이고 결국 자신은 부재하다는 얘기다. 최석운은 늘상 자신이 사는 이 시대의 단면을 포착하고자 했으며 그것을 가능하면 쉽고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한 작가이다. 어렵지 않고 누구나 보면 알 수 있는 이미지의 직접성에 기댄 흥미로운 그림이다. <글=박영택 미술비평, 샘터화랑 개인전 서문 중>
△전시=‘최석운-TV 세레나데’개인전, 12월4~30일, 2013년. 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최석운 작가(崔錫云, CHOI SUKUN)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전공 졸업.
△레지던시
광주시립미술관 북경스튜디오(2011), 제주현대미술관 창작스튜디오(2010), 가나아트부산 창작스튜디오(2008).
△개인전
국립중앙도서관(2012,서울), 인사아트센터(2007,서울), 가람화랑(2005,서울), 동원화랑(2001,대구), 아라리오 갤러리(천안,1996) 샘터화랑(서울,1995), 부산공간화랑(1994), 금호미술관(서울,1993) 등 다수.
△11월14일 2022년,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