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권동철의 갤러리]서양화가 임혜숙,아델라이데(Adelaïde Op.46),베토벤을 그리는 여류화가,임혜숙 미술가,베토벤 교향곡 9번,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2악장,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베토벤 ..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11. 15. 19:07

피아노협주곡3-2, 72.7×53㎝, oil on canvas, 2022

 

인생! 회환과 기도의 마음

 

“베토벤의 위대한 카테고리들 중의 하나는 진지함, 즉 더 이상 유희로 존재하지 않는 것의 카테고리 이다. 이러한 음조는-이것은 형식으로의 초월에 거의 항상 힘입고 있다-베토벤 이전에는 존재한 적이 없었다. 베토벤은 전래된 형식이 여전히 유효하면서도 진지함이 돌출하는 곳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다.1)

 

베토벤 교향곡 9(Symphony 9)은 아홉 번째 교향곡이자 마지막 교향곡이며 베토벤 교향곡의 완성판이다. 프리드리히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 1759~1805)환희의 송가(An die Freude)’ ()를 베토벤이 30년 넘게 가슴 속에 품고 있으면서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 4악장가사로 게재한 것에 미묘한 연민의 긴 여운으로 다가온다. 이곡은 합창과 기악이 나란히 구사되었는데 합창 교향곡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베토벤이 최후에도 미완이지만 교향곡 10을 스케치했었다는 것에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작품 교향곡 9-3’에 대해 임혜숙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에 딱 한번 올라가는 것은 세상을 향해 한 번 소리를 지르는 듯 하여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다 눈물을 흘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화면의 바이올렛 칼라(violet collar)는 죽음을 앞두고 나지막이 드리운, 마지막을 정리하는 영웅적 느낌으로 보라색을 선택했다. 그것이 베토벤 심정의 컬러가 아닐까 생각했다.”

 

 

아델라이데, 35×27㎝, oil on cotten, 2022

 

만추(晩秋)의 따뜻한 꽃잎차가 마음의 창()을 연다. 신뢰와 설득력 그리고 어떤 확신에 찬 호소력의 테너, 프리츠 분더리히(Fritz Wunderlich)가 부른 베토벤 곡 아델라이데(Adelaïde Op.46). 시인 프리드리히 폰 마티손 시를 가사로 하고 있는 이 노래가 생의 여정을 실은 물결의 시간으로 인도한다. 알프스의 봄 속 작게 피어나는 보라의 야생화 아델라이데. 화면은 오선의 보라색과 청록(靑綠)으로 싱그러운 봄을 묘사해내고 있다.

 

언젠가, 오 기적! 내 무덤에 꽃이 피리라.

내 마음의 잿더미로부터 한 송이 꽃이;

모든 보라색 꽃잎에 선명히 반짝이리라:

아델라이데!

 

Einsto Wunder! entblüht auf meinem Grabe,

Eine Blume der Asche meines Herzens;

Deutlich schimmert auf jedem Purpurblättchen:

Adelaide! 2)

 

 

교향곡9-3, 116.7×80.3㎝, oil on canvas, 2022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Vladimir Ashkenazy,1937~)연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2악장(Piano Concerto No.3-2). 아침이슬에 열리는 여린 꽃잎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의 현현(顯現)이 침묵의 시간을 친절하게 일깨운다. 귀를 열면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생의 의지에 두 손을 모으게 되는 감응의 전율.

 

임혜숙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피아노의 기도이다. 꽃잎을 여러 컬러로 그리고 그 위에 청보라 색으로 입혔다. 사선과 음표를 도구로 긁어서 표현했는데 긁은 안에 다시 음표를 수행(修行)의 마음으로 넣어가며 진행했다.”

 

 

교향곡5-1, 116.7×91㎝, oil on canvas, 2022

 

동양화의 고결함을 상징하는 사군자(四君子) 중 대나무() 잎을 스치는 세찬바람과 서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운명도입부분의 역동적 음절이 회화적감성의 일체감으로 풀어낸 화면이다.

 

마에스트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erliner Philharmoniker)연주, 베토벤 교향곡 제5(Symphony No.5) ‘운명.’

 

찬란한 여명(黎明)의 용맹스러움과 희망, 청력상실의 불안감이 묻어나는 듯 한 비애감, 인간과 대자연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이 하나의 통()으로 모아져 일순 무의식감성의 줄기를 건드린다. 마침내 지축을 뒤흔드는 생명성의 발자국들이 가슴을 파고 들어와 잠자던 의식을 일깨우는 운명’ 1악장의 마력(魔力).

 

음악의 버팀에 대한 생각은 음악의 육화(肉化)에 대한 생각과 함께 사유되어야 한다. 아마도 음악은 운명이 됨으로써 운명에 대해 자신을 버티는 것이 아닐까? 3)

 

 

서울강동구 작업실에서. 산책하는 베토벤을 작품을 그리는 중 촬영한 임혜숙 미술가. 작가제공.

 

임혜숙 작가에게서 베토벤은 어떤 존재인가라고 물어보았다. “너무나 어마어마한 사람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감동스럽다. 너무 행복하고 부담스럽기도 한 것이 솔직한 심경이다. 역경을 꿋꿋하게 이겨내면서 인류를 위한 메시지를 남긴 위대한 작곡자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와 베토벤을 그리는 화가로서의 자부심 또한 숨길 수 없다.”

 

한편 임혜숙 작가 여섯 번째 개인전 내 음악을 들으라-루드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개인전은 11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인사동 갤러리 이즈(gallery is)에서 열린다.

 

 

#참고문헌

1)베토벤 음악의 철학, 데오도르 아도르노(1903~1969), 문병호·김방현 옮김, 세창출판사.

2)위키백과, 아델라이데(베토벤)/가사 일부.

3)베토벤 음악의 철학, 데오도르 아도르노(1903~1969), 문병호·김방현 옮김, 세창출판사.

 

=권동철, 11142022,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