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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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10. 31. 19:51

전시장에서 원로조각가 박석원. 김민곤 사진작가/김세중미술관 제공.

 

자연의 내부 그 은일한 수행

 

“연한 넝쿨 가변 꽃은 바람에 하늘하늘(柔蔓輕花裊裊風). 서원의 맑은 운치 복원에도 마찬가지(西園淸致北園中). 성긴 발 가랑비에 을씨년히 홀로 앉아(疏簾細雨瀟然坐). 포도가(葡萄架)에 걸려든 낙홍을 쳐다보네(葡格閒看罥落紅). 1)”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서울용산구 효창공원앞역 인근 나지막한 언덕길을 올라 자리한 김세중미술관(KIMSECHOONG MUSEUM)은 한적하고 아담한 전원의 청유(淸幽)함이 전해졌다. 한국추상조각의 거장 박석원 전시공간은 ()’에서 積意(적의)’명제에 이르기까지 철, 핸들, 나무, 마천석 등 1980년대부터 신작에 이르기까지 운율에 따른 감각적 배치로 자연성이 발현되는 하모니를 선사했다.

 

작품은 받침장식 없이 있는 그대로 서거나 바닥에 있다. 관람자는 자연의 날것을 마주하고 있는 자체로 산수(山水)와 동화되는 미묘한 동질감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함께 문경전통한지를 겹으로 쌓아올린 손맛의 단색조 평면작업엔 부조(浮彫)의 깊이감이 배어나왔다. 조각과 평면경계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어떤 기류흐름은 현대미코드의 우연성이 융화되어 승화되고 있다. 이번 박석원-김세중미술관 기획초대전91일 오픈, 1015일까지 성황리 전시 중이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한국성자국들 통합의 현상학

박석원 전시장 정취에서 불현 듯 조선의 향토성(鄕土性)을 예술세계로 승화시킨 우리나라 최초근대조각가 정관 김복진(井觀 金復鎭, 1901~1940) 조각과 서도(書道)정신성이 떠올랐다.

 

비례 균형의 규약, 필치의 생리적 심리적 통정(統整), 감각 충동의 전달, 배포(配布) 구조의 합리성(중략)선의 강약, 지속(遲速), 경중, 태세(太細), 글씨의 모든 변화를 벼리고 목, , 철 등의 인재(印材)의 질감을 살리는 것그러한 특징들이 다름 아닌 조각의 특징이다. 그래서 김복진은 다음과 같이 멋진 비유를 남겼다. “서도는 조각의 어머니이라고 나는 말한다.” 2)

 

한편 박석원 작가는 1974년 명동화랑 첫 개인전을 연다. 그러나 이미 1968년 국전(國展) 국회의장상 수상작 초토(焦土)’의 철()작업에서 지축을 뒤흔드는 휘몰아치는 듯 생명력을 내뿜는 격정의 필획(筆劃) 뉘앙스를 표출하고 있었다. 이후 앵포르멜(Informel), 한국아방가르드미술운동(A.G), 현대조각회 등의 자취를 통하여 자연물의 조형성에 대한 독자적 고찰(考察)을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덩어리(mass)를 일정단위로 경계 짓고 동시에 통합시킴으로써 내적공간의 현상학( phenomenology)을 작업해 온 박석원 조각은 이번전시에서 보다 확연이 자연의 내부에 들어 와 있음을 보여준다. 절단과 축적의 ()() 그리고 비어있으나 가득 찬 여백미로 한반도 산하(山河)의 완숙한 자국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문인화적 意境의 혼

내가 속해있는 사물로서의 자연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행동에 대한 어떤 해답을 얻는 방법은 나의 내면속에 존재하는 허상적 사물이 일상으로부터 융화작용을 일으키는 하나의 순간성과 무관치 않다. 3)

 

관람자에게 자연리듬을 듣게 해 주는, 인위성을 최소화 한 구축(構築)의 추상조각은 박석원의 시적감수성에서 출발한다. 풍상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투박한 돌의 표면, 켜켜이 쌓인 세월이 비치는 빗돌()의 흐릿한 결()처럼 자연계의 원초성을 부활시킨다. 고담준론(高談峻論)의 관조수행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의경(意境). 바로 박석원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혼()이다.

 

#참고문헌

1)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조원상우(苕園賞雨), 완당전집 제10, 신호열 1986, 한국고전종합DB.

2)김복진, ‘조선 조각도의 향방-그대로 독자의 변’ <동아일보>, 1940.5.10./김복진: 힘의 미학, 최열 지음, 도서출판 재원, 1995.

3)박석원 작가노트 1995.

 

=권동철, 1042022,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