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얼리즘과 삶의 은유
시골집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오래된 기물 위에 갖가지 사물들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이목을 작업은 지난날에 대한 향수를 자아내는 동시에 한국인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마치 따사로운 햇살아래에서 잘 익은 대추 몇 알을 따다가 화면 안에 흩어놓은 것처럼, 이목을 작가가 그려 넣은 사물들은 환영(幻影)을 일으킬 정도로 정교하다.
이렇듯 놀랄 만큼 사실적인 묘사를 보이는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서양의 정물화와는 그 성격을 달리 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가는 정밀한 묘사로써 단순히 사물의 객관적 실재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관념은 물론 개별 사물이 지니는 고유의 역사성과 생명력의 표출을 의도한다.
설익은 대추와 지나치게 익어 쭈글쭈글해진 대추를 함께 배치하여 자연의 순환 원리를 형상화하고, 화면상의 구도에서 긴장과 느슨함을, 채워지고 비워진 공간을 병치하여 양과 음의 공존과 조화를 상징한다.
무엇보다도 실재하는 사물을 화폭으로, 묘사의 대상으로도 삼는 것은 사물마다 뿜어내는 무형의 기(氣)를 담아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화면 안에 묘사 · 배치된 사물들이 내는 제각각의 소리와 향기가 은근하지만 강한 호소력을 지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가는 옛 가구에서 떼어낸 판재나 소반, 됫박, 도마 등 손때가 묻은 기물을 캔버스로 삼아 작업하는 동안 사물에 깃든 영혼과 지난 세월과의 교감을 나누며, 이를 통해서 작품에 초월적인 새 생명을 부여한다.
하이퍼리얼리즘의 선두주자 이목을 작가는 평면의 공간위에 극사실적인 이미지를 그려 넣는다. 그것은 시각적 착시를 일으키며 입체적 공간으로 재탄생하고, 비움과 채움, 실재와 비실재를 통해 음과 양의 공존, 그리고 일관된 명제인 공(空)이라는 조형개념을 충족시킨다.
작품 속의 소재들은 마치 무중력상태에 있는 듯 비현실적인 공간을 연출하는데 이것이 평범한 정물화를 넘어서 대상 하나하나를 살아있는 객체로 여겨지게 만든다. 눈으로 관철되는 사실주의적 시각을 넘어 그 안에 삶의 철학을 은유하고 일상의 친근한 소재를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인도하는 이목을 작가의 깊이 있는 작품이 전시되었다.
이목을(LEE MOKUL)작가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였다. 국내외에서 20여 회의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가졌고, 미국, 일본 등지의 국제 아트페어에 10여 차례 초대되어 출품한 바 있다.
△전시=1월19~31일 2005년. 9월2일~20일 2009년. 통인옥션갤러리(TONG-IN Auction Gallery)
△10월17일 2022년.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