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은 삶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
“누구나 즐겁기도 하고 슬픔이 밀려 올 때도 있지만 순간순간 우리 삶의 어떤 깊이와 조우하지 않는가. 나는 그런 파편들, 심정들을 표현하려한다. 오방색(五方色) 사이사이 채도가 낮은 실을 엮으며 살아있는 생명기운과 한국의 정신성이라는 맥(脈)이 흐르는 화폭으로 탄생시키고 싶었다.”
‘실’이라는 재료를 통해 치유와 염원의 기운을 전달하는 김성혜 작가를 만났다. 경기도의정부 작업실엔 초록풀밭 위, 산등성이 양지바른 지붕에 여리게 떨어지는 정감의 빗방울 같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테너 한스 외르크(Hans Jörg Mammel)가 부른 슈만 곡 ‘케르너 시(詩)에 의한 12개 가곡 중 제10곡-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12 Gedichte, Op.35:No10, Stille Tränen)’이 청아한 미성으로 들려왔다.
자연과 인생의 묘사를 화폭에 담는 작가는 인근 숲과 작은 하천을 사랑한다고 했다. “일상의 산책이다. 느리게 걸으며 순간순간 발현하는 감흥을 만난다. 나에게 던지는 화두(話頭), 작업의 수행성을 지속하는 에너지의 산실이다.”라고 했다.
한편 김성혜 미술가(Artist KIM SUNG HEY)는 35회 ‘Sonido-In My Life’초대전을 10월22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청담동 소재 ‘갤러리 두(Gallery DOO)’에서 갖는다. 그동안 갤러리 이즈, 뮤지엄 남해(Museum Namhae), 헤화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나의 모태정신을 지켜 준 것은 자연이다. 실에 먹물을 올려서 중간 중간 오방색 색실을 넣어가면서 어려운 시간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기운이 우리에게는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또 흰 부분엔 평온한 마음으로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싣는다.
이러하듯 존재의 씨앗을 찾아가는 미론(美論)은 나로서는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화업 30년에서야 나의 예술이 생(生)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육감적으로 깊게 느낀다. 선과 면의 조형은 또 다른 나, 화가의 인생이 아닐까!”
△글=권동철, 인사이트코리아 11월호,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