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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철의 갤러리]서양화가 이태현‥천·지·인-변화와 상생조화의 공간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10. 20. 16:43

전시작품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이태현 미술가. 사진=권동철

 

천·지·인-변화와 상생조화의 공간

 

“모든 현실적 존재자는 다른 현실적 존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연속체 내의 어느 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 의해서 제공되는 여건으로부터 생겨난다. 그러나 다른 의미에서 보면 그것은 연속체의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왜냐하면 현실적 존재자의 구조는 현실세계를 대상화시켜 포함하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연속체를 포함하게 되기 때문이다. 연속체는 각 현실적 존재자 속에 현재하고 그리고 각 현실적 존재자는 그 연속체에 침투해 있다. 1)

 

 

(왼쪽)Space III corona silver (오른쪽)Space I corona, 135x135㎝(each), Oil on canvas, 2020. 사진=권동철

 

화면은 일체(一切) 생명들에 대한 뿌리 그 근원이 화두(話頭)로 스미어 표출하고 있는 평면이다.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공영의 하모니를 구현하는 순수세계의 함축미다. 시공(時空)의 생멸·변화(生滅·變化) 자연계운율체계의 융합공간(融合空間)이며 저 유가(儒家)의 건(乾)·곤(坤)을 중심으로 하는 음(陰)과 양(陽), 괘(卦)의 이치다.

 

화폭에 드러나는 천·지·인(天·地·人) 합일의 조화가 뿜어내는 조화로운 기운의 원점(原點)…. 우주에너지를 지각하는 정신성에서 출발하는 이태현 ‘공간(Space)’연작은 서로가 긴밀하게 연계되는 하나의 전체(a whole)로써의 형상이다.

 

통인화랑 자료연구실에서 인터뷰 한 이태현 화백( 李泰鉉,Lee Tae Hyun)은 이렇게 말했다. “나의작업은 주역(周易)의 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것을 작업적으로 자꾸 변환시키면서 나아가는데 동양철학이 바탕이다. 이것을 한국적추상회화로 체화(體化)시켜내고 있는데 내 작업의 궁극적 지향점이기도 하다.”

 

 

Space IV corona, 130x130㎝ Oil on canvas, 2021. 사진=권동철

 

◇불변진리를 찾아가는 여정

화폭은 자연을 평면화한 것이다. 흑백으로 또 오방색으로 표현하는데 하늘(陽) ‘-’, 땅(陰) ‘--’의 표기를 차용하고 착시(錯視)적 긴장을 유발하는 옵아트(op art)의 다이내믹한 운동성이 흐른다.

 

이러하듯 이태현 작업은 주역 괘(卦)를 평면이라는 바탕에 표출한다. 때문에 3차원 공간을 와해하거나 대상을 묘사하지 않는 기학적 추상회화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모든 것을 응축하고 마지막 남은 점과 선 그리고 평면에 응축해 낸 공간이 이태현 화백이 관조(觀照)하는 자연계불변진리인 것이다.

 

 

(왼쪽)Space IV corona (오른쪽)Space I corona, 117x80㎝(each) Oil on canvas, 2022. 사진=권동철

 

팔순(八旬)을 넘긴 화백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소회를 물어 보았다. “젊은 시절 박서보 선생이 안국동에서 “1956년 홍대에서 만난 이봉상 선생의 이름을 빌려 이봉상회화연구소란 이름의 화실을 운영했던 2)” 그 회화연구소에서 사사받았다. 그때는 무척 고생스러웠던 가난한 시절인데 그때도 박서보 선생의 열정을 옆에서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정도(正度)를 걸어가는 것이 깊게 각인됐는데 오직 미술로 승부를 걸었던 그 정신을 나는 지금도 가슴에 품고 있다.”

 

 

(오른쪽)Space I corona, 130x130㎝(each) Oil on canvas, 2020. 사진=권동철

 

◇한국현대추상미술계보의 산증인

이태현 미술가(李泰鉉,Lee Tae Hyun,1940~)는 경북예천출신화가이다. 1959년 안동사범학교, 1963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 회화과, 1982년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청주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이다.

 

1980년 제1회 개인전(문예진흥원미술회관)을 비롯하여 관훈갤러리(84), 금호미술관(91), 조선화랑(2000), 청주예술의전당(2001), 한원미술관(2010)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수상경력으로 제2,3,5회 한국미술대상전 수상(1971~78), 제26회 국전(國展) 입선(77), 제14회 한국미협전 대상수상(78), 제29,30회 국전 특선(1980,81)했다.

 

 

Space III corona, 130x130㎝, Oil on canvas, 2020. 사진=권동철

 

이태현 작가는 1962년 홍익대 재학 중 동기생인 최붕현, 석란희, 문복철, 김영자, 황일지 등과 ‘무(無)’동인회를 결성하여 ‘국립도서관 화랑’에서 창립전을 가졌다. 특히 67년 제2회 ‘무’동인전(展)을 ‘중앙공보관화랑’에서 가졌는데 ‘신전(新展)’동인, ‘오리진(Origin)’과 함께 ‘청년작가연립전’을 개최했다. 이때 ‘무’동인 전시장에서 한국최초의 해프닝 ‘비닐우산과 촛불이 있는 해프닝(오광수 시나리오)’를 시도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왼쪽)Space 70-2, 130.5x130.5㎝ oil on canvas, 1970. 사진=권동철

 

1972년 ‘제1회 앙데팡당’전(국립현대미술관)에 출품했고 74년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계명대학교미술관)에 참가하였다. 당시 대구현대미술제가 기폭제가 되어 전국단위의 현대미술제가 잇달아 열리는 계기 되었다. 또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가 주최한 ‘서울비엔날레’에 출품하였다. 이처럼 한국현대추상미술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한편 이번 17회째 ‘이태현-原點(원점)에서’개인전은 10월5일 오픈하여 30일까지 서울종로 인사동길 통인화랑(TONG-IN Gallery) 5층 전시장에서 애호가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성황리 전시 중이다. 1970년대 작품부터 근작에 이르기까지 총15여점으로 이태현 작가 작품발자취를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다.

 

[참고문헌]

1)<화이트헤드와 화엄형이상학(Whitehead und Huayen-Metaphysik), 김진 지음, 울산대학교출판부 刊, 2004>

2)<박서보-위키백과>

 

[글=권동철, 10월11일 2022년,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