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MMCA 이건희 컬렉션특별전 한국미술명작-(12)]이응노,李應魯,남관,南寬,2021년 7월21~2022년 3월1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1전시실[MMCA Lee Kun-hee Collection Masterpieces of Korean Art;LEE Ungno,NAM Kwan]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2. 2. 26. 15:03

(왼쪽)남관=가을축제, 200×300.5㎝ 캔버스에 유채, 1984. 사진=권동철.

 

 

◇자율적 표현성의 문자추상

남관(南寬,1911~1990)은 해방 후 프랑스 유학 1세대로 동양적 감수성과 결합된 서정적 추상화를 개척한 대표적 화가로 평가된다. 1911년 경북 청송군에서 농가의 맏아들로 태어나 청송공립보통학교를 15세에 졸업한 후 1925년 일본으로 건너가 태평양미술학교에 다니며, 나카무라 후세츠(中村不折,1866~1943) 등에게 서양화 기초교육을 받았다. 1945년 귀국하여 홍익대에 재직하다가 1954년 도불하여 그랑드 쇼미에르 아카데미(Academie de la Grande Chaumiere)에서 다시 수학했다.

 

그는 1960년 전후부터 화면에 물감을 흘리거나 번지게 하고 그 위에 종이를 붙이고 물감을 바르고 다시 종이를 떼어내는 꼴라주, 데꼴라주 기법을 이용하여 무한의 공간 속에 부유하는 갑골문자, 마스크와 같은 형상들을 제작했다. 1967년 귀국 후 그의 작품은 보다 뚜렷한 문자추상으로 또는 마스크 형상 등으로 발전되었으며 푸른색과 보라색 등 색채의 자율적 표현성이 보다 강화되었다. 1980년대 이후 노년의 남관은 전쟁의 거대서사를 벗어버리고 무겁고 어두운 형상 대신 밝고 화려한 색채로 덮인 그 자체 색의 축제가 벌어진 유희적 화면으로 변화해갔다.

 

가을축제80년대 이후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푸른색의 바탕에 적색과 녹색 등이 화려하게 흩뿌려지고 데꼴라주 된 형상들은 춤을 추는 삐에로처럼 보다 동적이고 활기찬 형상으로 변화되어 무한의 공간을 부유하고 있다. 1968년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남관은 홍익대 교수,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운영위원 및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는 한편 스위스, 파리, 독일 등을 오가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였다.<=권행가>

 

 

(왼쪽)이응노=구성(Composition), 230×145㎝ 천에 채색, 1971. (오른쪽)Work, 204×126㎝ 천에 채색, 1974. 사진=권동철.

 

 

◇다양한 장르의 문자추상

이응노(李應魯,1904~1989)는 해강 김규진에게 사군자를 배우며 그림에 입문하였고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과 특선을 거듭하며 이름을 알렸다. 1936년 일본으로 건너가 가와바타화학교의 일본화과, 혼고회화연구소 양화과에서 동서양화 기법을 두루 습득했고 일본화의 대가 마츠바야시 게이게츠의 덴코화숙에서도 그림을 배웠다. 일본 유학시절 이응노는 사생을 바탕으로 전통회화를 재해석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서울에 고암화숙을 설립하고 홍익대 주임교수, 서라벌예대 강사 등으로 활동하며 동양화교육에도 매진하였다.

 

1964년에는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하여 유럽인들에게 동양화와 서예를 가르쳤다. 1960년대 초, 문자추상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거친 마티에르 위에 유연한 획이 어우러지는 서정적 경향을 나타내었으나 점차 문자를 입체적으로 혹은 기하학적으로 정리하여 조각, 세라믹, 회화, 타피스트리 작품으로 영역이 확장되어 나타난다.

 

구성작품은 이응노의 1970년대 문자추상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두 작품 모두 천위에 제작한 작품이나, 기법적으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1971년의 구성은 융 같은 표면 위에 물감으로 그려 붓 터치가 보인다.

 

1974년도의 작품은 거친 천 위에 문자 형상을 다른 색 천으로 불인 후 그 형상 주변에는 붉은 색의 실로 꿰맨 듯 한 기법으로 제작하였다. 작가는 문자추상을 하면서 다양한 조형적 실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세라믹, 타피스트리 등의 영역 확장뿐만 아니라 평면 작품에서도 종이에 채색이 아닌 꼴라주, 천 등 재료에 변화와 실험을 시도하였다. 한자로 추측되지만 읽으려고 하면 무슨 글자인지 정확히 할 수 없다. 작가는 조형적인 실험을 위해 문자를 사용하였다.<=박미화>

 

권동철=2252022.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