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고 평화롭게 공존하며!”
<[아트인터뷰-①]멀티디서플러네리 아티스트 조숙진‥“우리들의 뒷모습 그 보잘것없는 것들에 대하여”에 이어서>
-사진, 조각, 설치, 미디어 등 종합예술의 작업을 발표해 오고 있는데, 작업방식을 소개해 주시지요.
간단히 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제게 처해진 상황에 유연하게 또 직관적으로 작업하는 편이고, 작은 디테일까지 꼼꼼하게 준비를 많이 합니다.
1980년대 초반 비싼 캔버스와 오일 물감을 살 돈이 없어서, 값싼 합판에 그림 그리기 시작하면서 나무재료에 빠졌어요. 이 매체로 회화 및 조각 그 너머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고, 그래서 많은 제 작품은 회화적이면서도 조각적입니다.
열린 생각으로 자유롭게 작업하다보니 평면작품에서 조각, 설치작품, 공공미술, 사진, 미디어, 사운드작업, 건축디자인 등으로 확장되었습니다. 매체가 무엇이든 소재의 고유한 가치를 찾아 사람들이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고 해왔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와 작업설명을 말씀 주신다면….
작품마다 열정을 가지고 만들었고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정말 선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진작품과 연관 있는 작품으로, 나무 아상블라쥬 작품을 먼저 소개합니다.
1990년 뉴욕에 첫 데뷔 개인전으로, 소호 ’오케이 해리스 화랑(Ok Harris Works of Art)‘에서 열린 아상블라쥬 전시가 중요했고, ‘Art Today’, ‘Art in America’ 매거진에서, 당시 뉴욕 미술계에 신선한 주요 전시로 다루었습니다.
최근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서 보여준 ‘신나는 빛깔마당’ 커미션 작품 ‘숨바꼭질’은 원래 뉴욕 소크라테스 조각공원에 설치했던 ‘삶의 색채(1999년)’를 변형한 작품인데 무척 인기 있는 작품이었어요. 1년간의 전시 후 2021년 봄, 부산에 있는 ‘알로이시오기지1968(고아원)’에 기증하였습니다.
-예술가로서의 삶, 인간적인 생각을 전해 주시지요.
지나고 보니, 우연과 필연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것 같아요. 작품을 만드는 일이 제 삶의 미션이라 생각했습니다. 집안의 반대로 어렵게 시작해, 경제적으로 오랫동안 힘들었어요. 그래도 항상 작업이 중심이었고 지속적으로 했습니다.
저는 재료나 전시주제, 자연, 음악, 글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지만, 특히 새로운 장소나 문화에 접했을 때, 신선한 충격과 함께 큰 영감을 받아요. 해서 집중과 영감이 필요할 때면, 가능한 익숙하지 않는 장소의 ‘아트레지던시’에 가서 2~6개월 머물며 작품 했고, 열린 마음으로 가니까 어떤 경우는 제가 작품을 해야 할 의무가 없는데, 마음이 움직여 협동 작업을 한 경우도 있어요.
20년 전 브라질 가난한 학교에 학생들과 함께 벽화를 만들기도 했고, 몇 년 전에는 스웨덴에 문화센터에 오는 장애우 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었죠. 저로선 정해진 시간에 끝마쳐야하는 부담감과 노동집약적인 작업이라 힘들었지만, 감동적인 협동 작업이었습니다. 반응은 정말 좋았죠. 제가 떠난 후에 연락이 와서, 그들이 영감도 많이 받고, 좋은 결과도 있었다고 감사해 했을 때 저도 기뻤습니다.
저는 여전히 하고 싶은 작업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습니다. 삶은 이런 제 생각들을 하나하나 풀면서, 구체화하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때때로 그런 저의 삶을 제3자처럼 관조하기도 하는데, 흥미로워요. 그럴 때면, 제가 거대한 자연의 작은 일부분임을 느끼고, 이 세상에 잠시 머물렀다가는 존재임을 상기하게 되어요. 그래서인지 작품은 100년을 내다보고 작품 합니다(웃음).
◇조숙진 작가
조숙진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1983년부터 ‘아트 저지 2021-목격자 IⅡ(제주현대미술관)’, ‘삶, 꿈, 죽음 그리고 삶(뉴욕 테너먼트 미술관)’, ‘월터 그로피우스 마스터 아티스트 워크샵 시리즈’, ‘헌팅턴 미술관’, ‘세마골드 2014: 노바디(서울시립미술관)’, ‘중진작가 초대전(아르코미술관)’ 등 35 회 개인전을 가졌다.
또 ‘사월의 동행전’, ‘서울사진축제 2017’, ‘폴란드 우쯔 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창원조각비엔날레’, ‘세종대왕과 음악 치화평’, ‘신나는 빛깔마당’ 등 다수 그룹전을 가졌다. 니카라구와 티피타파에 채플(아트 하우스)를 설계했고 1988년 이래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데 최근 ‘조숙진 사진집-흔적(TRACES)’을 눈빛출판사에서 출간하여 호평 받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시립미술관(서울), LA 메트로 디텐션 센터(캘리포니아), 마길리즈 콜렉션 at the WARENOUSE(플로리다), 아르코미술관(서울), 경기도미술관(안산), 헌팅턴미술관(웨스트 버지니아), 후사토닉미술관(코네티컷), 에리미술관(펜실베이니아)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권동철, 2월12일 2022.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