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음악 인문학

서양화가 호야| 공존의 염원 그 하나의 눈과 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5. 28. 18:21

 

 THE Siam 최후의 만찬, 260×182Gutta on Canvas, 2010

 

 

‘THE Siam’뒤엉킨 인체서 찾는 지혜 

 

서로 손을 포개거나 꼭 잡고, 무언가를 움켜쥐거나 그렇게 하려는 듯하다. 귀는 간절한 혹은 민감한 사안을 예리하게 포착하려는 듯 방향을 쫓고 뒤틀린 자세는 세상을 등지고 있다기보다는 떠밀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럼에도 시각적으로 뭔가가 허전한 것은 입이 보이지 않기 때문으로 덕분에 파워풀한 신체 라인의 율동은 마치 물결치는 듯 부각된다.

 

독립적 사고를 가진 별개의 개체임에도 선천적으로 신체의 일부 혹은 장기의 일부가 또 다른 개인과 맞붙거나 공유하도록 태어난 샴 쌍둥이(Siamese twins). 호야(HoYa) 작품은 이러한 샴에서 출발한다. 불합리하고 불리한 신체 조건을 오히려 공생의 지혜로 극복하고 살아가는 샴에게서 그는 공존(coexistence)이라는 조형세계의 가치를 포착해냈다.

 

서로 엉켜져 있는 인체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욕망의 이미지는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데 주요한 키워드다. 그렇다면 가장 인간적인 자세는 어떤 것일까. ‘공동체론의 저자 박호성 교수(서강대)이해관계를 극대화시키는 반면에 공포심을 극소화시키고자 하는 내재적 염원이라고 쓰고 있다.

 

이러한 내면화된 인간적 욕구가 바로 인연을 생성시키는 근본 요인으로 작용 한다는 것이다. 작품 의 공존과 인간을 서로 연대하게 하고 공동체로 구성하도록 이끄는 자연적인 추동력으로서의 인연은 하나의 몸과 마음으로 스며드는, 경계가 사라져버린 지점에서 만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함께함이란 불가능할 것임으로.

 

 

 

THE Siam 완벽을 위한 여정 2, 227×162Gutta on Canvas, 2009

 

 

 

배려가 떠밀리는 모습 형상화

 

세상을 향해 크게 뜬 눈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주변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파악하려는 듯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고 작은 소리에도 움직일 듯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눈과 귀라는 감각 수용기관의 역할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입이라는 기관에 우선하도록 표현한 화면.

 

캔버스 천 위에 불투명 수채 물감인 과슈(Gouache)와 염색재료인 구타(Gutta)를 사용하여 드로잉 한 전개에는 인물들의 마음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를 나타내주는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바로 이상적 사회의 미덕인 공존을 위한 배려가 현실 세계에서 떠밀리는 모습을 샴의 모습을 한 인물들과 군상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준다.”(조소영, 미술평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그의 작품에는 주인공이 없다. 만찬(晩餐)이란, 주인공을 위한 자리가 아닌가. 작가는 명화로만 보다가 예수님이 빠진 그림을 작가적 시각으로 보니 여러 사람의 몸짓이 서로 질투하고 시기하는 것으로 느껴졌었다. 그리고 인물이 없는 몸짓의 관점에서 보니 그 작품도 샴이었다. 등장 인물의 수()와는 무관하게 패러디 해 공존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THE Siam, 162×96Gutta, Acrylic on Canvas, 2008

 

 

우리가 희망하는 관계 역설적 메시지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간격은 때론 마찰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자 하지 않을 때는 점점 커진다. 샴의 경우, 일반적인 대개의 사람들이 가진 물리적 간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지만 공존을 위해 상대방은 어떤 존재인가를 한번 쯤 생각 하는 것처럼. “우리가 쏟는 관심의 종류는 실제로 세상을 바꾼다. 문자 그대로 우리는 창조의 파트너다. 이는 우리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책임이란 우리가 우리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들과 나누는 대화의 상호적 성격을 포착하는 단어다”(주인과 심부름꾼, 이언 맥길크리스트 ). 우리가 희망하는 관계가 이 정도라면 뭐든 한 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