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BAEK BEOM YOUNG]한국화가 백범영,동덕아트갤러리,‘백두대간’,1월16~28일 2019,백범영 화백,백범영 작가, 白凡瑛,경남고성출신화가,용인대 교수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9. 1. 17. 20:49


삼도봉 회고 백두능선, 75×49, 한지에 수묵



대지의 근골 허공의 깊이

 

너는 꽃에 붉은 것이 너냐 너는 잎에 푸른 것이 너냐 너는 단풍(丹楓)에 취()한 것이 너냐 너는 백설(白雪)에 깨인 것이 너냐 나는 너의 침묵(沈默)을 잘 안다 너는 철모르는 아이들에게 종작없는 찬미(讚美)를 받으면서 시쁜 웃음을 참고 고요히 있는 줄을 나는 잘 안다 꿈처럼 잠처럼 깨끗하고 단순(單純)하란 말이다”<한용운 , 금강산(金剛山), 서문당(瑞文堂)>

 

구불구불 펼쳐진 들녘을 지나 솟아 오른 산()이라. 첩첩 봉우리 시시각각의 천변만화. 한 무리 구름떼 지나가니 아 저 아득한 산 아래 펼쳐진 허공의 깊이어라. 잔바람에도 아픈 소리를 내던 깊은 상처의 묵은 멍에처럼 켜켜이 쌓인 풍상의 꺼뭇한 뼈마디 산줄기가 황혼을 등에 진 시각, 엄동설한 쩍쩍 갈라진 강물의 얼음장에 제 등짝을 비추이며 벌겋게 번들거리는데.

 

황산(黃山)을 오른 적이 있다. 그리고 12년 후 다시 그 산에 올랐을 때 문득 산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밀려 왔다. 생각건대, 한민족은 산에서 들로 나와 농작을 하며 살지 않았나. 산이란 본디 우리가 살았던 곳. 그래서인지 산을 보면 마음의 고향처럼 또 그 속에 들어가면 그윽함을 느끼게 된다.

 

부연하자면, 들에서 바라보는 산은 실체지만 봉우리에서 펼쳐진 공간은 허상이다. 물성보다는 공간에서 인식되는 것이 더 강하게 오는데 작가로서 대상을 둘러싼 아득하고 광활한 공간에 더욱 깊게 감응하게 된 것이다.”

 


속리산 능선, 73×142, 한지에 수묵담채, 2018


항상심의 장인정신

경남고성이 고향인 작가는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백두대간 능선을 2년간 완주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땔나무를 하러 지게를 지고 뒷산으로 들어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태생환경이었지만, 그럼에도 내게 지게와 산은 남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하나의 의례행위로 각인되어 있다. 산은 줄곧 관조의 대상으로 함께하고 있다.”

 

백범영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했고 성균관대 일반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 회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3년 백악예원(백악미술관), 한벽원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광주비엔날레, 전통의 힘-한지와 모필의 조형전(전북예술회관), 한국화의 현대적변용(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솔거를 깨우다-소나무 그림전(경주 솔거미술관) 등 다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번 열한 번째 백두대간(白頭大幹)-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우리나라 땅의 근골을 이루는 거대한 산줄기개인전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동덕아트갤러리에서 116일부터 28일까지 수묵, 담채화를 비롯하여 야생화 그림 등 180여점을 선보인다.

 


백범영(白凡瑛)화백.<사진=권동철>


백두대간을 산행하면서 만났던 금강초롱꽃, 노루귀 등 야생화의 감명을 그렸다. 짙푸른 녹음에 엉켜있는 길, 몰아치는 눈보라 속 인적 없는 곳에서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던 때 함초롬하고 앙증맞은 꽃과 조우하던 순간의 격려와 행복감을 함께 담으려 했다.”

 

한편 서울종로 조계사 인근 찻집에서 인터뷰 한 작가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물론 기발하지 않으면 진부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장인적인 꾸준함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늘 정진하여 자신의 예술정신을 성숙시키는 항상심(恒常心)이 작가의 근본자세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2019114일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