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ARTIST LIM OK SANG]민중미술작가 임옥상,바람 일다(가나아트센터,임옥상화백,林玉相,민중미술가임옥상,임옥상작가,공공미술,임옥상미술연구소)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7. 8. 24. 01:53


()上善若水(상선약수), 336×480종이위에 목탄, 2015 (아래)三界火宅(삼계화택), 480×336종이위에 파스텔, 2015




웅대한 물결 시대정신의 힘

     

어떤 경로로 광장에 이르렀건 그 경로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그 길을 얼마나 열심히 보고 얼마나 사랑했느냐에 있다.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다. 인간을 이 두 가지 공간의 어느 한쪽에 가두어 버릴 때, 그는 살수 없다.”<광장(1961년판 서문), 최인훈 지음, 문학과 지성사 >

 

 

그날의 함성과 현장감, 감동으로 느꼈던 꿈들이 뜨거운 바람으로 환기된다. ‘광장에, 2017’ 화면엔 수없이 타오르는 촛불너머 민심의 열망이 담긴 문구들이 박혀있다. 마음을 잇듯 108개 판넬 위 흙의 균열 없이 현장체험을 형상화시켰다. 이었을까. “모든 것을 수용하고 정화해내는 존엄성을 나는 인간을 구제할 수 있는 근접한 매체로 여긴다. 흙의 진리로 돌아가야 그것이 가능하다는 예술가로서의 지론이다.”

 

이와 함께 두 팔을 벌려 온몸으로 물대포에 저항하는 한 농민이 서 있다. 옷을 마구 헤집어 살점을 향해 달려드는 직사의 거대한 압력은, 물을 가장 지고지순한 으뜸으로 본 노자의 상선약수인가 회의를 품게 한다. 그래서 화면은 더욱 가슴 아프게 밀려든다. 그리고 법화경, 불길에 휩싸인 번뇌가 훨훨 타오르는 삼계화택이다. 절박한 외침들이 부릅뜨게 한다.

 

전시작품 단초는 광화문에서 얻었다. 지난해 10월 첫 촛불집회부터 현장에 참여하면서 나의 작품을 가지고 나가 이벤트를 같이했었는데 작업을 해보니 그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기대를 가졌는지 반추하게 된 것이다. 그 광장이 전시장에 들어오는 셈이다. 나는 광장과 전시장 어디에 있던 한 사람이지만 이번전시는 광장에서와 다른 작품이다.”

    



광장에, 2017’, 360×1620캔버스위에 혼합재료, 2017


 

생명력이란 시작을 내포 한다

임옥상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와 동대학원,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1981년 아르코미술회관에서 첫 개인전 가졌고 1988년도 민주화불꽃이 정점이던 시기, 가나아트갤러리에서 아프리카현대사를 발표했다. 50m짜리 한 장으로 아프리카현대사를 한국사회에 오버랩 시켜 조명한 작품으로 한국현대사문제를 직접적으로 그려 낸 것보다 훨씬 쇼킹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약관 40대 초반 ‘1991 임옥상 회화전을 호암갤러리에서 열었다. 소위 민중미술이 메인스트림에 들어오는 결정적인 미술계의 한 사건으로 각인, 회자되고 있다. 1981~92년 전주대학교 교수를 그만두고 전업화가가 된다. 1998년 전속작가를 끝내고 당신도 예술가라는 타이들로 수년을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며 시민과 함께 놀았다.

 

처음엔 위로와 봉사의 마음으로 나갔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림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요구하고 그들에게 그림은 무엇인지에 대해 체득된 것이다. 공공미술에 다가선 계기가 됐다.” 이후 도시와 환경문제 등으로 관심을 확장, 실천해 오고 있다.

    



                             임옥상(林玉相)화백




한편 이번 열여덟 번째 개인전은 100~1000호가 넘는 대작 등 총20여점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823일부터 917일까지 갖는다. 임옥상미술연구소에서 장시간 인터뷰한 화백에게 바람 일다의미를 들어보았다. “광화문에서 큰 바람이 일었다는 것을 담으려 했다. 민의(民意)란 생명력을 품은 생물체이기에 언제나 새 출발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민중미술가로 걸어온 화업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민중미술작가라고 불러주는 것은 영광스러운데 사실 부끄럽다. 민중미술의 커다란 스펙트럼에서 어떤 작은 부분을 건드렸을 뿐이다. 화가의 길은 결국 자기를 찾아가는 것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