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Dana Park〕서양화가 다나 박,(다나박,다나박작가,觀-산을 보다,I SEE YOU-산,리오넬 테레이,어네스토 코르타자르,Ernesto Cortazar)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11. 20. 15:34


=I SEE YOU-, 194.0×130.0㎝ △=91.0×60.6




고통과 환희 비장한 침묵의 사투

 

그리고 그들은 몇 시간이고 날씨가 호전되기를 기다리며 죽음과 싸웠으리라. 하지만 점차 눈이 그들을 덮었다. 그로부터 세월 흐르고 폭풍설이 지나갔다. 자일이 끊어졌다. 그리고 어느 날 바위가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제 하켄만이 남아, 무상의 정복자들의 희생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어두운 생각을 털어버렸다. 생명이 우리의 혈관으로 흘렀다. 태양이 아낌없이 그 빛을 퍼부었다. 우리 가슴에 즐거움이 솟아났다. 그렇다! 이 멋진 싸움도 앞으로 몇 시간이면 끝나고, 우리는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전진하게 될 것이다.” <무상의 정복자, 리오넬 테레이 , 김영도 옮김, 하루재클럽>

 

 

장렬한 사랑의 비극을 시원의 숲에 숨겨놓고 다시 정막세월을 켜켜이 쌓아올린 순백설원 협곡을 어찌 맨몸 하나로 지나가라 하는가. 막막한 것 같지만 다시 한 번 눈을 감았다 뜨면 실타래 같은 길이 보이긴 했다.

 

상처가 아물고 굳은살 갈라진 암벽 틈 사이 빛바랜 자그마한 음표하나가 잠자듯 햇살에 드러났다. 한 알피니스트가 겨우 다리를 뻗어 내려와 고정한 채 다가가 맨손의 온기로 조심스레 더듬었다. 자연의 기운이 흘러가듯 마음의 흐름이 절벽낭떠러지를 순간 잊게 한다.

 

어네스토 코르타자르(Ernesto Cortazar) ‘베토벤의 침묵(Beethoven's Silence)’ 피아노선율이 우수에 젖은 화음으로 산울림처럼 암벽에 부딪히며 적막한 봉오리들을 오가다 산야에 젖어든다. 하얀 철쭉이, 찔레꽃이 만발하였음으로 차라리 처절한 듯 저 아래 피어오르는 자옥한 뿌연 물안개는 또 누구의 자국인가.

 

내려올 때 속도가 붙으면서 공포로 밀려오는 추락느낌의 산. 눈발과 빙판위로 바람이 횡 지나간다. 굳이 왜라고 말하지 않으련다. 고혹의 밤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저 진홍빛깔 암벽사이 군데군데 드러나는 멍 자국, 열기에 녹아 수직 암벽을 타고 모여드는 아찔한 급류의 아우성!




   

-산을 보다, 162.0×130.3acrylic on canvas, 2016




, 내 안의 나

서울 목동아파트단지 내 꽤 오래된 수령의 나무들이 진하게 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그곳 인근 작가의 아틀리에를 찾았다. ‘정신없이 작업 한다는 그에게 작품의 지향성이 궁금했다. “산은 풍경으로 멋지게 보이기도 하지만 곳곳에 삶과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치열한 곳이다.


사실 산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 일인가. 삶 자체가 위험이 사방에 있는 산과 다르지 않을 터인데 극한고통과 극복했을 때의 환희 다시 도전하는 불굴의지 등 나는 그것을 통해 궁극의 표현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나박 작가는 지난 2005년 관훈미술관 첫 개인전 이후 산을 주제로 발표하기 시작한다. 2008년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가진 -산을 보다전시서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는데 이 시기는 저만치서 지켜보는 산을 그렸다.

 

최근작 ‘I SEE YOU-은 일련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산이 가진, 내뿜는 기운 등을 직접 느끼고자 하는 것에 있다. 그는 2012년 안나푸르나 산에 머물면서 수없이 많은 영감을 가슴에 담았고 올 봄 중국의 태항산도 다녀왔다. 국내산행은 1주일에 한번 정도 간다. “산 초입에 들어가면 에너지가 솟고 몸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혼자 가서 사색하며 산의 느낌을 직접 받고 붓을 든다라고 했다.


    


 

다나박 작가




본명이 박희숙인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개인전을 12회 가졌다. 지난해부터 다나 박(Dana Park)이라는 화명(畫名)으로 활동하고 있다. 화가로서 그에게 산은 어떤 의미인가 물어보았다.

 

존재하는 자연의 모든 모습들은 필연적인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물감을 뿌리고 찍고 흘리고 긁고 닦아내는 많은 과정 속에서 어느 순간 산의 모습이 보이면 그 실마리를 따라 그려져 갈뿐이다. 아마도 내가 그리는 산은 내 안의 나 일 것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6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