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LEE EUN HO]한국화가 이은호(서호미술관,李銀縞,홍익대학교 교수,페터 비에리,Pater Bieri,물활론,Azabujuban gallery,物活論,이은호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11. 16. 20:07


·순환, 130×130한지, , 수간 안료, 석채, 은박, 2016




소통과 순환 담백한 본질의 치유력

 

 

우리는 참되다는 것, 그것은 생기 그대로의 모습을 스스로에게 가감 없이 내보이는 것이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그러나 단순하고 담백하게 보이는 이 논리에는 오해의 소지가 숨어 있다. 왜냐하면 사람의 내면세계란 흠 없이 매끈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험과 사고와 의지는 불명확성과 상반된 감정으로 항상 가득 차 있으며 그중 어떤 것이 정말로 내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 우리는 누구와 같이 사느냐에 따라 여러 삶을 산다.” <삶의 격, 페터 비에리(Pater Bieri)지음, 은행나무>

    

 

다양한 모습들이 퍼즐처럼 스며있다. 사랑 및 행복을 상징하는 글자와 기호 그리고 동식물 등의 이미지는 재미와 흥미로움을 불러일으킨다. 추상과 구상이 어우러진 생경한 화면은 자유로움을 드러내며 은유를 함의한 채 시선을 끌어당긴다.

    


-역사·시간, 162×130




'생-역사·시간화면바탕엔 대동여지도가 있고 용이 입을 벌리며 기운을 뻗치는 형상과 독도와 제주도, 무궁화 꽃과 광화문도 있는데 5천년 역사의 한민족 번영을 기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돼지꿈을 생각하면 뭔가 좋은 일을 기대하게 되는데 -작품엔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비행기와 자동차가 등장하기도 한다.


또 하루를 힘겹게 살아낸 몸부림처럼 때론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러나 평안함을 염원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소망처럼 긴 종이를 접은 듯, 한걸음씩 오르는 계단도 있다. 생로병사의 가장 가까이서 인간감정을 대변하는 자연물인 꽃과 민화의 다산(多産)을 의미하는 물고기움직임도 역동적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모습은 자연물의 하나로서 순환원리 속에 존재하다 소멸해가는 개체로서, 해체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라는 동양적 자연관을 바탕으로 삶은 시간의 유한성과 공간의 한정성에 놓여있으나 의식은 시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의미가 녹여져 있다.


이렇듯 작품엔 다양한 소재들이 만나 서로 배려하며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있다. 생물과 무생물, 시간과 기억을 서로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공존인식을 바탕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드러내는데 이러한 시선은 나와 너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물음의 화두로 이어지게 된다.

 

작가는 색이나 형태가 중요하다기 보다 이야기의 본질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그림이 담백해지는 것 같다. 재료가 가지고 있는 원래의 맛과 꼭 표현하고자 하는 화의(畫意)가 전달된다면 그것으로 만족 한다라고 했다  

    


-, 162×130한지, , 수간 안료, 석채, 아크릴물감, 2016




긍정의 밝은이미지로 치환

 

그는 전통한지에 먹이나 색깔로 평소 좋아하는 시를 쓰거나 기억을 떠올리면 기분 좋은 자연의 이미지 등을 그린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이 만들어 낸 문명의 흔적 형상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자유롭게 기호나 글자를 만들어가는 상징화 작업을 하는데 과거의 경험 속에서 치유나 인식하지 못했던 무의식의 자아를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로 치환하려는 의도적 표현행위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은호 작가는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영덕화랑 및 학고재, 마레, 일본도쿄 아자부주반 갤러리 등을 비롯해 이번 스물여섯 번째 초대개인전은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북한강로 소재, 서호미술관에서 100호 이상 크기의 대작(大作) 9점 등 총20여점을 선보이며 지난 1013일부터 1211일까지 전시 중에 있다.

    


 이은호 작가




화가로서의 길에 대해 물어보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다 이렇게 말했다. “청춘의 시절엔 소재나 내용이 여성적이었던 것 같다. 작가적 역량을 키워나간다는 생각에서 인물을 오랫동안 했고 주변이야기들을 일기처럼 그린 것이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에 마음을 싣는 생()의 순리가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이른바 물활론(物活論)적 인식을 바탕으로 굳이 많은 설명이 되지 않아도 공감되는 부분을 찾는 작업을 지향해 오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이야기보다는 사회와 세계 안에서 어떤 그림이 정체성과 표상이 되는지에 대해 천착하게 된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611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