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sculptor, KIM BYUNG CHUL〕 조각가 김병철(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김병철 작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7. 20. 12:14





()어부, 42×22×102느티나무 참죽 소나무 색연필, 2016 ()소년의 휴식, 106× 37.5×128, 느티나무, 참죽




뒷동산 혹은 깊은 산행에서 만나는 참나무, 참죽나무, 적송 등이 소재다. 나무는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어디서 본 듯한 인상과 친근미의 모습으로 재탄생되고 미묘한 끌림으로 다가온다. 그것이 작품 앞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동력이다.

 

전통 사회는 인간의 삶을 체계화하기 위해서 수만 년 동안 지속된 자연적인 실험들이 집약된 공간이다. 이제 와서 수천 곳의 사회를 재설계해서 수십 년을 기다린 후에 그 결과를 관찰하는 식으로 그 실험을 되풀이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그런 실험을 시도한 사회들로부터 배워야 한다.”<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 어제까지의 세계, 강주헌 옮김, 김영사>

    

 

 

어부다. 물고기를 잡아 부둥켜안고 뭐라 말을 하며 나름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이긴 한데 물고기는 왠지 약간 앙상하게 말라있다. 작가의 심리적 요소가 엿보이는 부분임을 직감하게 된다. 물고기 잡는 사람이 어부이듯 어쩌면 우리네 인생행로도 무엇을 부여잡아야만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는 어릴 적 큰물이 지나간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다 결석도하고 혹자는 오늘 하루 월척이라 생각하고 낚싯줄을 당겼는데 피라미만 올라온 허탈감을 맛보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우측작품 소년의 휴식은 공놀이를 하는 소년모습이다.

 

의자를 수평으로 널찍하게 만들어 휴식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를테면 긴 의자를 수직으로 곧추세워 작업했다면 위압감을 느낄 텐데 아이를 위한 부성애(父性愛)의 자상한 배려가 녹아있다. 또 소년이라는 이름 그 자체로도 새싹이 파릇파릇 나오기 직전모습이 아닌가. 그런 회상적인 요소로도 읽힌다.

 

이와 함께 바쁘게 뛰는 속도전에 익숙한 현대도시의 숨 가쁜 사람을 조각한 도시의 하루는 장밋빛 내일을 향해 달려가는 역동성을 보인다. 그러나 무엇에 자극을 받은 듯 소스라치게 입을 크게 벌리고 허겁지겁 무엇을 다 흡입하려는 듯 입모양과 그것을 충족시켜줄 기형적 크기의 커다란 손이다. 물질만능만을 쫒아가는 세태를 해학적으로 풀어내며 꼬집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예술이 특별한 굴레에 따로 있는 영역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똑같은 모습, 시각인데 나름의 포인트를 잡아서 반영하는 정도다. 세상의 잘난 것보다 오히려 못난 것에 더 예술적 가치를 두고 작업 한다라고 말했다.





   

도시의 하루, 177×14×83느티나무 참죽, 2016





조각, 세상과 소통 그리고 나

그는 인공적 재료 대신 나무를 선택했다. 그냥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는 것이 이유다. 끌로 탁 치는 순간 안에 있던 향기로움이 전율을 느낄 정도로 밀려온다는 것이다. 그 향은 코를 통해 정신으로 오는데 그런 냄새에 심취한 것이다.

 

후각으로 먼저 느끼고 시각작업을 한다는 의미다. 작가와는 꽤 오랜 친분으로 많은 대화를 나눠왔는데 그는 잘 다듬어진 매끈한 무엇보다 무시되거나 무질서한 것이지만 생명력 있는 것의 소중함을 중시한다. 최근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메모 글 하나를 내밀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 옆 왕숙천 인근에 작업실이 있는데 하천을 산책하다 우연히 꽃잎이 하얗고 가운데가 노란 개망초를 보게 되었다고 했다. “! 저런 꽃이 있었구나싶었다. 이름을 알아주기는커녕 누가 심지도, 가꾸지도, 귀하게 여기지 않아도 자신의 길을 가는구나. 장미, 국화가 아니어도 저 꽃은 어쩜 저렇게 질긴 생명력으로 나에게 왔는지. 하잘 것 없는 그 꽃을 보며 문득 보잘 것 없는 가 떠올랐다.”




   

김병철 작가





조각가 김병철(KIM BYUNG CHUL)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와 동대학원 조각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3년 제8회 서울현대조각공모전(서울신문사주최)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1995년도 공평아트센터 첫 개인전이후 지금껏 나무작업에만 천착해 오고 있다.

 

이번 조형아트서울2016(PLAS·Plastic Art Seoul)’에서 갖는 열세 번째 개인전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사회문제를 따뜻한 인간애의 조화로움을 바탕으로 풍자와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작품들을 줄곧 발표해 오고 있다.

 

그에게 조각가의 길에 대해 물어보았다. 잠시 사색에 잠긴 듯 눈을 감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는 손에 의한 공간적 재주만 가지고 작업했다면 지금은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내 시각에서 소통하며 를 조각하는 것 같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주간한국, 2016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