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새만금〕사진작가 최영진,이유진갤러리,7월1~16일(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윌리엄 사우더,새만금,황지우,시,Jacobson Space Gallery)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6. 7. 11. 21:52


Geojeon(거전),2006





헤아릴 수 없는 기호들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현대문명은 빠르고 거대하며 강력하다. 그 속에서 바다, , 농지, 갯벌 등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정 자연의 찬연함이란 있는 그대로 그 터전에서의 해후가 아닐까.

 

강은 우리 안에 있다. 바다는 모두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바다는 또한 육지의 가장자리에서, 바다가 다다르는 화강암에서, 바다가 과거에 다른 무엇을 창조했는지 암시해주는 해안에서 시작된다.”<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윌리엄 사우더 지음, 김흥옥 옮김, 에코라브르>

    


 

 

계화도,2006

    



 

어머니 품처럼 고향같이 편안하고 섬세한 부드러운 서쪽바다다. 해안의 모습, 느낌, 언어, 노래 등 화면풍경의 속살을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실제 작품을 보면 전달력이 훨씬 강렬하게 다가오겠지만 어떠한 느낌과 해석만을 보여준다는 아쉬움이 전제가 된다.

 

새만금방조제공사가 진행되던 때 물이 급격하게 들어오지 못하면서 바다가 육지가 되어가는 그 안 내부 환경은 큰 변화를 겪는다. 물고기들과 그들을 먹고살던 새들도 죽어가는 상황에서 갯벌의 남아있는 염분을 먹고사는 염색식물(炎色植物)이 광활하게 펼쳐지기도 했던 그 즈음, 촬영되었다.

 

해가지고 어두움이 바다물결위로 밀려 올 때의 계화도는 대형카메라로 긴 시간 노출을 준 작품으로 전라북도 부안군 계화면에 있었던 섬이다. 수평선이 보이는 저 먼 불빛은 고독하기만 한데 연한블루하늘은 석양의 흔적을 껴안고 작은 배가 들어오는 짙푸른 물살 위를 연민의 눈빛으로 응시하는 듯하다.

 

작가는 이렇게 회상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새벽이 왔다. 셔터를 누를 힘조차 없었는데 멀리서 보이는 방조제 불빛에 현혹되어 고단함도 잊은 채 저 어둠의 블루를 내 안으로 불러들였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이다.”

 

또 작품 ‘Geojeon(거전)’2006년 김제 거전리 지역에서 촬영된 것이다. 만경강하구지역으로 방조제 둑이 거의 완료되어 마무리 공사를 할 때다. 바닷물이 촉촉하게 왔다나가는데 멀리 폐선(廢船)이 보인다. 드러난 갯벌엔 물 흐름질감이 그대로 표현되었다. 배위에 새들이 날면서 마지막 바다냄새를 추억하고 있는 아련한 모습은 짧은 시 한편을 떠 올리게 한다.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황지우 시, 문학과 지성사>


    

 

사진작가 최영진





스스로 그러한 자연에 초점

기록의 특별함이란 다시확인과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역사성도 함의한다. 작가는 20여 년 동안 서해안변화를 수십만 컷 기록해 오면서 일관되게 무엇을 잃어버린 것인지에 대해 환기시킨다. 서울 정릉동 북한산국립공원 입구인근에 작업실이 있는 작가와 꽤 오랫동안 작품세계이야기를 나눠 왔는데 그는 전형적으로 사색하는 스타일이다.

 

뭔가 대상을 집요하고 끈질기게 살펴 거기서 어떠한 아주 작은 변화를 감지해내기도 하고 나아가 그러한 것에서 참자아를 구하려한다. 바다를 찍는다하면 바다와 이분법적 관계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바다와 하나가 되는 작업을 고집해왔다. 바다와 들숨과 날숨을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를 바라볼 때 어떠한 인간의 삶이나 시대적 요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 생명력을 지닌, 스스로 그러한 자연에 초점을 둔다. 그러다보니 공간 안에서 인간도 나약한 존재로 드러나기도 하고 새나 물고기 등의 조화로움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자연현상들을 통해 관람자와 함께 깨달음을 이어 나가는 것이 내 작업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포토그라퍼 최영진(CHOI YOUNG JIN) 작가는 현재 영국런던 소재 제이콥슨 스페이스 갤러리(Jacobson Space Gallery)’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이번 열일곱 번째 개인전 ‘The Lost Sea(잃어버린 바다)’2004~2011년까지 새만금을 촬영한,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하여 다시는 바다로 되돌아 갈 수 없는 바다풍경 20여점을 엄선했다.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소재, 이유진갤러리에서 71~16일까지 열린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주간한국 2016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