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신령스럽다는 ‘용송(龍松)의 꿈’ 400호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화가 강금복(KANG KUM BOK)
독야청청(獨也靑靑)은 흰 눈을 껴안을 때 더 빛나는 것인가. 또 어느 겨울, 들녘을 타고 불어오던 한줄기 거친 바람이 휘어진 솔가지에 이르러 겸손의 미풍으로 가라앉는다. 그 순간, 푸르른 솔잎위에 소복하게 내려앉은 눈(雪)이 달빛 아래 살풀이장단 춤처럼 사르르 허공으로 날아갔다.
소녀의 꿈, 130×160㎝
가랑눈보다 부드러운 촉감이 매화 꽃봉오리를 적신다. 한바탕 눈바람 군무(群舞)가 끝나면 매화 꽃향기 속에 누이의 얼굴 같은 달항아리가 교교히 흐르는 달빛아래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달, 사랑
강 화백은 “작가란 자신의 마음을 거울처럼 닦고 바라본 다음 붓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그리고자 하는 자연이 곧 내 분신이어야 한다는 정신으로 정진해 왔다. 그런 이유로 내 주위의 정겨운 산과 강의 형태들이 항상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라고 작가노트에 메모했다.
고향의 봄, 280×140㎝
굴곡진 생의 여정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소나무, 내면의 따스함을 일깨우는 만개한 매화의 노래, 바람이 지나간 가지 위 한 쌍의 새들은 관람자를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세계로 이끈다.
한편 이번 강금복 화백의 스물한 번째 개인전은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올 갤러리에서 19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02)720-0054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4년 3월20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