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대학원에 입학하고 교내에서 만난 나보다 어린 입학동기생 두 명과 함께 멕시코 여행을 떠났었다. 특별한 준비 없이 비행기 표를 사서 멕시코로 향했다. 비행기 안에서 알게 된 멕시코인 중년사업가가 우리에게 멕시코시티에 내려서 저녁식사와 여러 곳을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안내해 주었다.
맨 처음 간 곳이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UNAM, National Autonomous University of Mexico)였다. 학교 내에 있는 멕시코예술가 다비드 시케이로스(David Alfaro Siqueiros)가 제작한 도서관벽화를 바라보며 우리 일행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 멕시코대학 학생 몇 명이 몰려와 구경하고 얘기를 건넸다. 그 학생들이 저녁에 우리를 나이트클럽에 초대하여 즐겁게 놀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멕시코 마야유적지 치첸이차(Chiʼchʼèen Ìitshaʼ) 등을 탐방하며 스케치 했다. 인적이 하나도 없고 쓸쓸한 광야에 남아있는 유적지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당시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들과 문명을 교감할 수 있는 명상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인생과 시간과 역사와 문명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유물이 갖고 있는 신비로운 거대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카리브해 칸쿤(Cancun)을 여행했다. 해변은 너무나 아름다운 미백색 모래와 투명한 에메랄드 그린 물결이 함께 어우러져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풍경에 매료됐다. 그 물은 아주 투명하여 해초나 형형색색 물고기 행진이 절경이었다. 내가 물속에 들어가니 물고기들이 콕콕 깨물어 너무나도 귀엽고 예뻤다.
[이정연 작가의 말, 작업실에서, 대담=권동철, 202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