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발작크는 ‘生은 곧 형태이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生은 결코 觀念으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克服하고 창조하는 生이다. 그리하여 生은 항상 새로운 형태를 창조한다. 예술도 또한 그것이 자체 내에 生命을 잉태 한 것이라면 觀念의 테두리를 뛰어 넘는다. 그것은 觀念을 극복하며 脫·観念의 세계, 즉 구체적이요 직접적인 知覺對象으로서의 세계를 지향한다. 그리고 그 世界는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 항상 열려져 있고 또 새롭게 발견되는 世界이어야 하는 것이다.1)”
미술비평가 이일(Lee Yil,李逸,1932~1997)은 1960~90년대까지 한국미술계에 미술비평(미술평론)이라는 개념을 인식시키고 한국현대미술의 방향성에 초석을 다진 선구자적 미술가이다.
이번 ‘비평가 이일과 1970년대 AG그룹’전(展)은, AG그룹에서 이일 미술평론가와 함께 활동한 작가 9인-김구림, 박석원, 서승원, 심문섭, 이강소, 이승조, 이승택, 최명영, 하종현-작품세계를 통해 미술평론가와 아티스트가 상호이해와 협업으로 찾아가는 정체성 모색 그것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점이 크다. 지난 5월10일 오픈, 6월24일까지 서울서초구 소재 ‘스페이스21’에서 성황리 전시 중이다.
“새로운 藝術家는 緊張에서 태어난다. 旣成의 모든 形式의 拒否와 藝術의 근본적인 疑問 사이에 팽팽이 줄쳐진 緊張에서 태어난다. 傳統적인 것에의 拒否는 그것이 지속적으로 되풀이 되었을 때, 그 자체가 또 하나의 傳統을 이룬다. 뿐만 아니라 이 傳統은 어떤 주어진 形式 내지는 樣式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지니고 있는 허다한 문제의식마저를 고정된 價値속에 安置시킨다. 그리고 그러한 價値가 보편적인 性格을 띄면서 그 發祥의 倫理와는 딴 판인 또 하나의 體系를 낳는다.
……藝術의 變革은 藝術이 現實에 대해서 제기하는 뭇 問題의 所在를 밝히는 데서 이루어진다. 또 진정한 문제의 확인은 현실적인 要請에 대한 분명한 自覺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前衛에서 前衛에로 이어지는 美術의 探求는 바로 그러한 要請에 자신을 던지는 일종의 賭博이며 「自己의 存在證明」인 것이다.2)”
◇새로운 조형질서모색 창조
‘AG(한국아방가르드협회,韓國 AVANT-GARDE 協會)’는 1969년 9월에 창립된 대한민국미술단체이다. “전위예술에의 강한 의식을 전제로 빚은 빈곤의 한국화단에 새로운 조형질서를 모색 창조하여 한국미술문화발전에 기여한다.”라는 취지아래 출범했고 그해 ‘AG, No.1.1969’아방가르드협회 회지(會誌)를 시작으로 No.2(1970), No.3(1970)을 연속 발행하였다.
주요주제로 △전위미술론(前衛美術)-이일 △새로운 美意識과 그 造形的 設定-최명영 △마르셀·뒤샹의 作家的 遍歷-오광수 △루치오·폰타나와 空間主義-기도·발로 △韓國美術 1970年代를 맞으면서-하종현 △藝術·技術·文明-오광수 △未來의 藝術-니콜라·셰페르 △空間力學에서 時間力學으로-이일 △紙上展示-“이 진하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器具의 騷音, 流動(變遷)하는 歷史속에 서서히 存在하는 我執으로!”-박석원 △轉換의 倫理(오늘의 美術이 서 있는 곳)-이일 △現實과 實現(71年-AG展을 위한 試論)-이일 등 다양한 관점의 치열한 담론을 담고 있다.
AG에 참여한 4인 영상인터뷰 및 전시전경
◇최명영‥이일 비평가-한국최초미술평론가협회창립
1970년대 초반까지도 비평과 같은 분야는 조금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다고 보이는데 이일 교수가 제시했던 타이틀 ‘확장과 환원의 역학’ 또 ‘현실과 실현’ 등이 작가들에게 하나의 작업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경우가 됐죠. AG가 하나의 미술단체로서의 제 역할을 하기 전, 마침 그 즈음 이일 교수가 1966년도에 홍익대 교수로 들어오게 돼요. 현대미술을 강의하시게 되는데 긴밀하게 같이 논의하고 자연스럽게 화가, 조각가, 또 미술평론 인사들이 모여서 ‘한국아방가르드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출범을 하게 되죠. 그리고 한국최초로 미술평론가협회를 창립하시고 초대회장을 하셨죠. 우리미술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하신 그런 분으로 그렇게 기억합니다.
서울 중앙공보관이라고 있어요. 덕수궁 자리인데 거기서 창립전을 하게 되는데 나는 새로운 걸 시도해보자 해가지고 건축 현장이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하수관을 트럭에 싣고, 그때 중앙공보관은 본격적인 전시장이기보다는 가건물 같은 거였는데 그 하수관을 넓은 천으로 감아가지고 천으로 바닥에 고정을 시키는 그런 작업이죠. 사물을 이 대지에 고정을 시킨다. 그런 생각으로 그런 작업을 시도를 했죠.3)
◇서승원‥이일 비평가-새로운 경이로움을 알려줬다
AG운동을 하면서 평론가를 모시자 그때에 이일 선생님이 불란서에서 미술공부를 끝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셨어요. 새로운 미술을 한국에 와서 알리고 번역지를 내고 책을 알려줬고 신문에 기고하고. 이일 선생님 같은 경우는 우리 현대미술에 저는 제일 기여도가 높은 분이라고 봐요. 새로운 경이로움을 우리에게 알려줬고 서구의 미술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다, 이 정신 속에서 깨어나야 된다는 것을 일깨워줬고 가르쳐 주시는 분이었던 것이죠. 저로서는 공로가 크시고 위대한 분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나의 작품은 우리의 상징적인 것 중에서 창호지를 갖고 나왔습니다. 창호지를 하나의 정신의 표출로서 그것을 열네 장까지 붙여서, 전 호를 창호지만을 가지고 작품을 냈었죠. 창호지를 가지고 저의 어떤 의식과 그리고 어떤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했던 것이죠. 처음으로 시도된 우리의 어떤 그 정신을 오브제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렇게 크게 평가를 받고 있고 물성적인 것을 어떤 그 새로운 것을 도전해 본 작품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4)
◇심문섭‥이일 비평가-한국단색화도 그 시절 발아
세 번째 전시의 작품 소재는 나무였는데 나무 원목의 내부 끝을 끄집어냈어요. 원목을 잘라서 속을 보여주는 꾸준히 목신과 하나의 생각들이 이어져 오고 있어요. 그러니까 AG라는 그룹 활동시간 동안에 내가 작가로서의 디딤돌을 놓는 그런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공부하고 연구한 시기였다, AG가 아름다운 시간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그때 그 일을 하던 작가들이 30, 40년 이어져 오고 있는 작가들이 많아요. 우리가 이야기하는 단색화도 그 시절에서부터 쭉 발아해서….
평론가라고는 당시 손꼽을 정도, 대여섯 명 밖에 안됐으니까. 이일 선생은 참 고고했어요. 저는 이일 선생님한테 4편의 글을 받았어요. 많이 받기로 몇 번째 가지 않았나 싶어요.5)
◇이강소‥이일 비평가-세계적 첨단사고 전달
홍대나 서울대생들의 교류가 가능했고 멤버들이 진취적인 사고를 가지고, 각자가 자부심을 가지고, 발표하기도 했죠. ‘확장과 환원’이라든지 이런 제목들은 이일 교수님께서 기획해주셨는데 그러한 언어들은 당시 세계적인 학문의 서로 통용되고 있는 첨단적인 사고였을 것입니다. 이일 선생님으로부터 언어들, 개념들을 전달받을 수 있어서 우리 미술계에 상당히 좋은 영향을 주셨다고 생각을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관을 빌려가지고 아마 12명가량 되는 우리 회원들에게 장소를 할애해서 각자 그 공간을 자신의 작품으로 채우는 그런 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갈대숲을 베어다가 트럭으로 옮겨서 하얀 페인팅을 해서 미술관 내부를 하얀 갈대밭으로 변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관객이 그 작품을 사이를 이렇게 지나다니게 되면 시각적으로 보이는 그 풍경들이 각기 달리 보일 겁니다. 또 한 작품은 꿩의 박제를 그것을 하얀 칠을 해서 미술관에 놓았습니다. 그리고 한 쪽에 물감을 흘려놓고 그 위를 밟고 지나가는 발자국을 꿩하고 연결해 놓았습니다. 사고와 시각이 움직이고 그것을 상상 할 수 있는 그런 구조의 설치물을 만들었던 것입니다.6)
[참고문헌]
1)李逸(이일) 弘大敎授・美術評論家-脫·観念의 세계, AG展-國立現代美術館(景福宮)-韓國아방가르드協會, 1972.
2)李逸 美術評論家(이일 미술평론가)-轉換의 倫理-오늘의 美術이 서 있는 곳, AG 한국아방가르드협회 No.3, 1970.
[전시영상자막]
3)~6)=최명영, 서승원, 심문섭, 이강소-스페이스21 전시영상자막발췌. 요약정리=권동철.
[글=권동철, 6월13일 2023년, 인사이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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