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식

[노블레스 컬렉션]단색화가 김근태,김근태 작가,Dansaekhwa-Korean painter KIM KEUN TAI,金根泰,김근태 화백,Discussion series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21. 2. 5. 00:29

 

전시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근태 화백. 사진=권동철

 

[권동철의 갤러리]단색화가 김근태자애의 자국 만물의 연속

禪理禪境개인전, 18~219, 노블레스 컬렉션

 

 

“초가을 저녁 개니 하늘에 구름 없고, 달빛 만리나 가 고운 터럭조차 분별하겠네. 하늘에는 바람 불어 맑고 은은하게 구슬 같은 물결 일으키니, 은하수 고운 빛 가리우고 별들은 무늬 감추었네.”<퇴계잡영, 이황 지음, 溪堂 七月十三日夜月, 이장우·장세후 옮김, 연암서가刊>

 

강물은 칠흑어둠에도 흐른다. 그 검은 윤기의 결에 얹힌 억겁시간 묻혀있던 잠언시가 푸른 멍 자국처럼 비친다. 고통을 경건의 클라이맥스로 승화시킨 바흐(Bach) 마테수난곡 선율이 물의 역사를 애무하고 심연을 투사하는 푸르스름한 달빛에 비치는 암석은 처음을 기록한 평평한 금석문의 필획(筆劃)을 내보인다.

 

인과성의 문제를 정신이 자연을 인지하는 파악과정으로 본 화이트헤드(화이트헤드와 화엄형이상학, 김진 지음) 책갈피에 꽂힌 오래된 메모 한 장.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몸, 찰나의 기억과 영원성

갑작스런 눈발의 휘날림으로 전시장 안쪽 마련된 자그마한 뜰에 쌓인 옅은 눈 풍경이 작품과 어울려 운치를 더했다. 고졸(古拙)한 인연의 연속 그 융합담론으로의 초대는 풍요와 장수, 다생윤회의 한국민속에 대한 오마주 같은 공동체의 인간애에 대한 원초적 간절함으로 무변광대의 화폭으로 펼쳐있었다.

 

앞으로만 향하는 격렬함을 일순 거꾸로 되돌리는 얕은 물줄기 속 너부죽한 돌처럼 화면은 고사나 아이의 백날 등 먹빛시루에서 막 쪄낸 백설기의 온기로 그렇게 시나브로 다가왔다.

 

김근태 화백은 시각적인 물음을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에 봉착하게 된다. ‘라는 몸뚱이를 쓰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 몸을 떠날 것인데, 생로병사를 어찌 피할 수 있겠나. 어디서 출발점이었는지 어릴 적부터 물음이 컸었다.”라고 회상했다.

 

Discussion_2019-58, 117×91㎝, Oil on canvas 포토=송현주

 

화면은 도자(陶磁)에서 유약이 흘러내리듯 캔버스와 물감과 돌가루가 융합되는 천연의 순리를 도모한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한국인의 유전자에 내재된 물성의 촉각성을 세밀한 결의 흐름으로 존중하는 신체성의 산물로 드러낸 것이다. 화백은 그것을 평면에서 구현하고 있는 것인데 자연계의 외경(畏敬)을 펼쳐 보이는 것과 다름없다.

 

순수세계를 직관적으로 이것이다라고 확신한 분들이 분청 등을 하셨던 도공이나 건축가들이 아닐까 한다. 석축에 아스라한 빛이 들어와 툇마루에 드리워지듯 나이테들의 질감을 절묘하게 다뤘다고 할까.

 

있는 그대로를 다룰 줄 알았던 선조들의 지혜야말로 정신세계의 풍요로운 시원이 아닌가 한다. 그런 시선 때문일까. 변하는 것 가운데 변치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늘 생각하게 되는데 나는 그것을 그리고 싶은 것이다.”

 

Discussion_2020-44, 91×72㎝, Oil on canvas 포토=송현주

 

김근태(KIM KEUN TAI, 金根泰, 1953~)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성곡미술관, 통인옥션갤러리, Konrad Munter Gallery(독일), 조선일보미술관 등에서 다수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禪理禪境(선리선경)’ 전시는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 인근, ‘노블레스 컬렉션에서 18일 오픈하여 219일까지 전시 중이다.

 

한편 화백에게 화업의 고견을 청했다. “텅 빈 가운데 실체가 있고 고요한 가운데 숭고함이 있다. 애써 버리지 않는 것, 취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나의 스승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이코노믹리뷰 24, 2021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

 

전시전경 사진=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