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석주미술상 수상
[나의일상 나의회화]송수련⑭‥하얀 화포와 점(點)의 테마
-화면을 채우는 점의 테마는 그 뒤의 작업인가요?
점의 테마는 1990년대 중반에 시작되었어요. 마침 호암미술관에서 분청자기 전시회가 열렸어요. 이전에도 분청사기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던 전시회였습니다.
그런데 전시에서 제가 발견한 것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서 본 도자기들의 조형미 였어 요. 제 존재의 바탕을 이루는 조형 언어가 무엇인지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체험이었거든요.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무작정 끌렸던 바로 그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확인한 것이죠.
아버지의 컬렉션 가운데는 작은 자기들이 많이 있었는데, 서재에 가면 그것을 언제나 볼 수 있었어요. 마치 가족처럼 너무 익숙해서 주목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보게 된 것이죠.
95x194cm
자연히 제 자신의 회화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것은, 그 존재가 진정으로 꿈꾸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더군요.
그 질문의 끝에서 도공의 마음과 자세를 되새기면서 밭갈이 하는 농부의 심정으로 점을 찍은 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무언가 그려 넣어야 한다는 백색의 공포를 농부의 노동처럼 자연스러운 행위로 극복한 것이죠.
지금도 저는 제 작업이 농부의 노동과 같은 것이라 고 생각해요. 농부에게는 땅과 생명이 전부이듯 저에게는 하얀 화포와 색이 전부거든요.
△글=박철화, 중앙대학교 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정리=권동철, 2020년 3월17일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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