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한국]지면기사

[ARTIST KIM JIN SUK]KIM JIN SUK,서양화가 김진석,김진석 작가,김진석 화백,金鎭石,‘反芻 반추상:1999-2004 작고미술인’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9. 7. 22. 15:35


화가 김진석. 배화여고 교사(1975~80),전북대 교수(1984~2004)를 지냈다. 70~79년 오리진회화전(5~19)에 참여했다.<사진제공: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출처:김진석 팸플릿, 공간미술관, 1979>



점의 운율 그 원초의 생성과 환원

反芻 반추상:1999-2004 작고미술인, 627~930,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난생처음 나는 땅을 팠다. 삽으로 땅 속 깊이 파 내려갔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잿빛의 모래 섞인 흙이 내겐 낯설다 못해 거의 으스스했다. 그 신비로운 무게에 놀랐다. 땅을 파면서 주변의 어떤 식물, 어떤 나무에도 속하지 않은 많은 뿌리들을 보았다. 그러니까 저 아래에는 지금까지 내가 몰랐던 신비로운 생명이 있었던 것이다.”<땅의 예찬(Lob der Erde), 한병철 지음, 안인희 옮김, 김영사 >

 

한국사회의 격동기였던 1969년 아폴로11호 달 착륙은 20대 김진석 작가에겐 회화적 고뇌와 존재론에 대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 ‘70년대 신예작가(新銳作家)’였던 그가 보여주는 우주와 대지에 주목한 장엄한 작품자료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녹색공간-그림자802, 29회 국전(國展)대상작,1980


김진석 화백(1946~2004)은 부산출생으로 홍익대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석사, 건국대대학원 미술교육석사 졸업했다. 75년 그로리치화랑에서 반응(反應)’시리즈로 첫 개인전을 가졌고 79년 공간미술관전시에서 그림자연작으로 신선한 주목을 끌었다. 이 시기 두 평론가의 글은 서양화가 김진석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품 하나하나의 양상을 규정짓는 것은 화면 위에 떨어뜨려진 계획된 점()의 배치에 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점들을 긁어내는 손의 리듬에 달려 있지 않나 생각된다. 작품의 모든 밑 작업이 그 리듬에 의해 통합(統合)이 되고 일종의 구조화된 텍스추어로서의 회화작품을 낳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통합은 단순한 시각의 물질화의 차원을 넘어서 각 작품마다 독자적인 소우주로서의 자신의 구체적 현존(現存)을 주장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이일 미술평론가, 78>

 


그림자-782,256×195캔버스에 유채,1978


표현의 특수한 형식에 의해 생겨진 작은 흠집들과 흠집들의 둘레에서 생겨난 그림자는 기묘하게도 화면의 바깥으로 솟아나오는 것이기 보다는 내면으로 운동해가는 운동으로서 특수한 즉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면 자체가 표현물이 되는 셈이다. 어떤 것을 표현하는 매체로서의 면면이 아니라 면 자체 고유한 성질을 가진 대상물로 변용시키는데 그의 독특한 방법정신이 있다. 흠집과 그림자는 어떤 물체와 빛과의 관계에서 드러난 것 아니라 물체와 빛이 바로 캔버스라고 하는 면()으로 환원되어진 것이다.”<오광수 미술평론가, 79>

 


비오는 날의 추상, 162×131캔버스에 유채, 1989

 


822일부터 연계학술강연

한편 이번 전시는 작고미술인 반추(反芻)시리즈 중 첫 번째 기획이다. 한국화=나상목, 박세원 서양화=김상유, 김인승, 박성환, 변종하, 장발, 조병덕, 홍종명 조소=김광진, 배형식, 전상범 사진=정도선 예술철학=조요한 고고학=한병삼 미술사=김종태, 김희대 화랑=황현욱 등 미술인 40인 작품과 화집, 팸플릿, 사진 등 200여 점을 관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계학술강연도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진행된다. 822=미술사학에서 작가론과 작품론의 위상(최열 미술평론가), 829=변종하-형상과 질감으로 이야기하다(허나영 미술사가), 911=황현욱-인공 화랑과 한국모더니즘미술(이준희 건국대 겸임교수), 918=미학자 조요한-그의 삶과 예술철학(이인범 상명대 교수)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데일리한국(주간한국), 20197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