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유채꽃물결 이리저리 흔들리는 이른 아침. 꽃바람은 살랑살랑 무심한 눈길은 우수(憂愁)에 젖었네. 화간접무(花間蝶舞)라 했던가. 무르익은 자태의 나비 한 마리가 꽃술에 앉으려다 휘익 돌아보니 해풍(海風)같은 날개 짓, 반들거리는 코발트블루 속치마가 나풀거리려는 찰나!
작가는 “우리 삶도 형식의 틀인데 내면이 그것과 똑 같지는 않다. 오만가지의 뿌리 없는 생각이 오락가락 하는 흐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확실한 것에 꿈을 쫒아가는 것이 생(生)이 아닌가. 나는 불화(佛畵)의 형식 속에 갇힌 이 여인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고 싶었다”라고 토로했다.
햇볕에 그을려 익은 나신(裸身)의 구릿빛 피부. 칠흑(漆黑)같이 윤택한 검은 머리 결을 감는다. 부끄러워하며 흐르는 물과 머리카락의 해후(邂逅). 그것만 있으면 되는 것을 현대여인은 닫힌 공간의 따뜻한 물에서 거품을 헹구어내며, 아름다움을 더욱 욕망하고 꿈꾼다.
어린아이가 냇가에 풍덩 뛰어들어 물놀이하듯, 이렇게 단순한 것을. 필경 한 생각 깨달음으로 인생을 바꾸는 것이 부처의 세계가 아닐까. 또 그것이 조향숙 작가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TO FIND LOST TIME)’연작과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도시의 여인, 60.6×72.7㎝ oil on canvas, 2009
동경심으로 가득 찬 호기심과 현실이라는 명분(名分)의 부딪힘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저 도도한 눈동자의 청춘을 탄탄한 자기의식(自己意識)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자 누구인가.
조각도로 그림을 그리는 판화. 포개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씩 소멸(消滅)해 가면서 이미지를 찾아가는 철저한 노동으로 경작해낸 수련(修鍊). 작가는 “마지막 조각도를 놓을 때 비로써 남는 것이 판화로, 찍힌다. 삶은 욕망을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버림으로써 얻어지는 도드라짐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많은 흔적이 판화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지막에 남는 것. 그 깨달음의 생생함을 기꺼이 껴안을 줄 알아야한다”라고 전했다.
▲글 출처=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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