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과 색, 162.2×130.3㎝ mixed media, 2017
약동하는 생명 자연의 신구상
“내가 해방 뒤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서 조선어 시를 처음 만났는데 그것이 이육사의 ‘광야’야. 그 투박한 시 세계는 광야라는 대공간, 천고(千古)라는 대시간 그리고 초인이라는 대인간, 더구나 백마 타고 오는 대인간이 총 등장하지. 시간·공간·인간 말이네. 지구상에서 이 세 ‘간(間)’으로서 관계구조의 인드라망 말고 그 무엇이 있겠는가.”<두 세기의 달빛-시인 고은과의 대화, 대담 김형수, 한길사 刊>
태양 저 너머 우주의 어떤 신비로운 파동의 영상이 감지된다. 푸르스름한 달빛이 흘러가듯 승무(僧舞) 흰 장삼이 고봉준령봉우리를 휘감았을까. 회귀와 소멸의 실마리를 속삭이는 듯하다. 화이부동인가. 물질과 정신,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생생한 에너지가 뿜어내는 열렬한 색채감은 자연과 인류의 평형을 희구하는 전체성(全體性)이라는 융합미학을 장대하게 펼쳐 보인다.
또한 음양오행 황홀한 파노라마는 단숨에 정중동 동중정 사유의 시간으로 들어서게 한다. 이는 “늘 새로움의 작업에 집중하고 내 체질로 형상화된 자연의 신구상”이라고 작가가 말한 것처럼 현대성을 함의한 조형성의 연마와 다름 아니다.
“화면을 구성을 해 나가는데 면과 색 그리고 단순화된 이미지형태를 중시한다. 어둠보다는 밝음을, 생동감의 살아있는 색을 쓰려하고 또 그런 방향으로 시도해 나가고 있다. 대자연의 감흥이 내 심중에서 착상, 발현될 때 ‘아 이거였구나!’ 무릎을 친다.”
축제, 65.1×53.0㎝
◇고혹의 색채 단순화 이미지
화백은 1958년도부터 누드를 발표하였고 60년대 중반 ‘빛’, 80년대 ‘회색의 나부’, ‘녹색의 나부’와 90년대 초 화단에서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킨 ‘청색의 나부’, ‘묵시적 사유’ 2000년대 ‘침상의 나부’, ‘연둣빛 나부’, ‘Mouvement(동세)’시리즈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열정을 이어오고 있다.
“1980년대 초, 나의 작품에서는 이미 붉은 산이 등장했었는데 88년 캐나다를 가던 중 알래스카에 내려 갈아타려하던 오후 5시쯤이었다. 석탄 같은 검은 산과 뒤에 빨간 산이 그 위에 하얀 만년설이 나의 작품처럼 실재 내 눈앞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쳐졌다. 그 감동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하겠는가. 이후 ‘붉은 산의 환타지’라 명명하고 동행하고 있다.”
붉은 벽돌집인상, 65.1×53.0㎝
최예태 작가는 군산고등학교 7회로 캐나다 퀘백 유니버시티 조형미술전공 및 알공퀸 칼리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1958년 군산상공회의소에서 첫 개인전 이후 문예진흥원초대 덕수미술관, 동경 로마화랑 및 심미당화랑, 1980년 도불기념전 덕수미술관, 부산 해인화랑, 신세계백화점, 캐나다 퀘백 정부초대전, 진화랑, 파리 옹브르 에 뤼미에르갤러리, 2008년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최예태 회화50년 그리고 2016년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에서 초대개인전을 가졌다.
1973년 목우회공모미술대전 대상을 비롯하여 70년대 국전(國展)에 다수 특선하였고 대한민국미술인특별상-장리석상, 2016년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한국구상대제전특별상 등을 수상했다. 이번 ‘2017성남아트페스티벌’ 일환으로 갤러리808에서 9월14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2017성남아트페어’에 신작을 비롯하여 15여점을 선보인다.
울림(蔚林) 최예태(崔禮泰)화백
한편 고독과 이방인의 영혼을 달래는 음악 파두(Fado)가 흘러나오는 성남분당 불곡산자락 아래 화실에서 장시간 인터뷰 하며 올해로 60년 화업 화백에게 후학을 위한 고견을 청했다. “화가는 준엄한 산령을 넘어가는 가시밭과 같은 길을 가는 존재다. 섣불리 대들어서도, 안이한 접근도 금물이다. 시뻘겋게 달구어진 쇠꼬챙이로 뚫어야하는 비장한 각오와 뜨거운 가슴으로 도전해야 한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주간한국 2017년 9월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