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기억과 경계의 공간 이곳은 내가 정신과 의사로 첫 발을 디뎠던 전공의 시절의 사진이다. 당시 국립정신병원(현, 국립정신보건센터)은 1961년 개원 이래로 한국 정신과의 역사를 담고 있었다. 지금은 허물어지고 현대적인 병원의 형태로 있지만, 당시는 과거 정신과가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같았다. 공간은 마치 도심의 섬처럼 과거와 현재,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 지었다. 이처럼 나에게 일상은 다른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였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이곳의 환자들도 그러하였다. 병원과 도심 사이의 공간은 주로 개방병동 환자들의 공간이었다. 이들은 이 경계를 나갈 수 있는 분들이었지만 이 ‘경계의 공간’에서 삶의 대부분을 지내셨다. 반복적인 일상은 수십 년 전의 일상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