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말하는 직관은 무엇보다도 내적 지속과 관련된 것이다.…그러므로 우선적으로 직관이 의미하는 바는 의식, 그것도 직접적인 의식이다. 그것은 보여지는 대상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투시다. 그것은 접촉이자 일치인 인식인 것이다.1)” 화면은 평면에 한순간의 힘으로 찌그러져 구겨진 흔적과 그 그림자를 남기는 외현의 사실감으로 드러난다. 기억의 집적이 열어놓은 광대무변(廣大無邊) 공간으로 아직 덜 아문 상처를 위무하는 선율이 어디선가 꿈길처럼 들려왔다. 반복되는 물성의 겹으로 축적된 색칠 위 단상(斷想)의 빠른 필치가 남긴 한순간의 흔적에 일상이 기록되는 새벽녘. 마음의 몰입이 베푸는 안온한 기(氣)의 생동 그 붓 자국에 흠뻑 적셔져 마침내 소멸되는 망상(妄想)의 조각들이 허공을 향해 살풀이춤을 뿌리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