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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정정식(CHUNG CHUNG SIK) - 검푸른 성간에 솟구친 찬탄의 향기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4. 8. 6. 23:58

 

포도 여행, 59×89Oil on canvas 2010

 

 

떠돌이별들이 칠흑 같은 어둠사이를 보일 듯 말 듯 흐르고 있었다. 보석 라피스라줄리(lapis-lazuli)보다 진한 군청색 대양(大洋)이 희뿌연 회오리를 일으키며 긴장의 시간을 어루만져 주었다. 첼리스트 요요 마(YO-YO MA)가 연주한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가브리엘의 오보에(The Mission-Gabriel's Oboe)’가 침묵의 흐름위에 심오한 선율로 얹혀졌다.

 

 

Lemon, 116.8×91.0

 

 

별과 파도와 멜로디가 적막한 우주공간에 경외의 모습으로 질서정연 한 그때. 단지 하나의 튀어 오른 물방울에 불과한 저 작은 과일이 어떻게 저렇게 우아하고 당당하게 제 빛깔을 뽐내며 마법처럼 지상을 내려 보며 변신 할 수 있었을까!

 

 

 

행성, 72.5×91

 

 

 

상상, 신비로운 우주의 인연

포도, 복숭아, 레몬, 딸기 등 화면의 과일들은 매우 극사실적으로 생생하다. 작가는 이들을 햇빛 잘 드는 대지의 언덕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과실로 묘사하지 않고 허공에 그것도 어마어마한 우주공간에 초현실적(超現實的)으로 묘파(描破)하고 있다.

 

싱싱한 과일 본래의 색깔을 중시하고 동시에 파도, 사막, 구름 등과 어울리는 공존의 풍경을 주조(主潮)해냄으로써 어둠과 찬란한 햇발 속에서도 약동감을 더욱 고양시킨다. 그래서 과일은 관람자 내면으로 들어 와 어떤 상징으로 각인되어 상상의 나래에 동참하게 이끈다. 숯과 빛나는 다이아몬드에서 산출되는 탄소, 어두운 갈색의 요오드, 빛깔도 냄새도 없는 수소 등이 자기만의 개별적 색깔의 원소(元素)로 존재하듯 누구나 완전(完全)을 꿈꾸는 것이 아니던가.

 

 

 

떠다니는 포도, 91×116

 

 

 

작가는 신비한 과일가게연작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고교시절 우연히 어느 초등학교 모퉁이에 있는 녹조류 가득한 오래 된 연못을 보게 되었었다. 그곳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붉은 끼가 희미하게 점점 떠오르는데 그게 금붕어가 아닌가! 순간 그 금붕어는 연못속이 세상의 전부일 줄 알 텐데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스쳐갔다. 그리고 내가 혹시 저 금붕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었다라고 회상했다.

 

문득 지구가 우주의 전부인줄로만 알고 살아가는 가 아닐까하는 생각처럼. “그때부터 자아와 우주와 생명에 대한 삶의 흐름 시간과 공간 등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신비로운 우주의 인연들이라는 명상으로 나를 자극했다. 그러한 모든 경험들이 세월이 흘러 화업의 길을 가는 나의 캔버스와 결합하게 되었다.”

 

 

 

 

해변의 딸기, 72.5×90

 

 

 

안의 미증유 그 자연성

암흑 속에서도 자신의 빛깔을 고고하게 지닌 신비로운 과일이 던지는 미증유(未曾有)의 용기와 정신을 바라보며 누군가 변화란 꿈꾸는 자의 것이라는 외침이 아득하게 들려오는 듯 했다. 쇼팽(Chopin, 1810~1849)의 정갈한 피아노선율 야상곡 ‘3Nocturnen Op.9(01-03)’이 찰나의 감성을 자극하며 리드미컬(rhythmical)과 팽팽한 서정세계를 오간다.

 

 “우주의 신비로운 비밀세계를 푸는 열쇄를 과일에서 그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과일은 아름답고 영혼은 영원하다. 그래서 나는 그린다라고 작가는 메모했다. 하나의 건반에 쏟은 열정이 영혼을 뒤흔드는 선율로 파고들 듯 이 신비로운 과일이 빈마음의 허공에 살포시 들어온다.

 

 

 

특별한 관계, 390×162

 

 

 

탐욕처럼 넘치는 저 물줄기, 사막보다 깡마른 몰인정한 마음을 깃털처럼 가볍게 떨쳐내고 눈부신 대우주(大宇宙) 공간에 햇살이 쏟아진다. 존재의 자연성을 일깨우고 두 팔을 벌려 하늘을 향해 외친다. 제 이름을 걸고 에로틱하게 눈을 흘기며 떠가는 저 빨갛게 농후(濃厚)한 딸기와 소낙비처럼 곧 쏟아질 듯 알알이 여문 포도송이가 그대를 기꺼이 맞이할 때까지.

 

 

 

출처=경제매거진 인사이트 코리아(Insight Korea)' 20148월호

=전문위원, 이코노믹리뷰 문화전문기자 권동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