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최명영 작가<사진:권동철>
[인터뷰]단색화 최명영 화백‥“삶과 예술은 좋은 흔적을 남기는 것”
“음악을 듣고 소요(逍遙)의 시간을 즐기며 생각도 정리하는 작업실은 그래서 편안하고 행복한 곳이다.” 서울 마포구 소재, 최명영 화백의 화실을 방문했다.
자신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다. “6·25전쟁 때 피난에서 본 상흔의 기억이 성장하면서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다. 다행히 인천사범학교 재학 시 교생실습을 나갔는데 그곳 수녀선생님이 성직자의 전기(傳記)를 권했다. 거기서 고행자들처럼 나의 시련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나는 그 방법을 예술을 통해서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3년제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직으로 가지 않고 홍익대 미대에 입학한 것이다.”
이어 삶과 예술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내가 태어날 때 우리국민에게 라디오나 전화를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80년 세월 속, 인류의 엄청난 진보에 행복하기도 놀랍기도 하다.”라며 “삶과 예술은 좋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 여긴다. 요즘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완급을 조절하며 평상심의 호흡을 내포하는 그림에 열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후학들에게 들려줄 ‘화가의 길’에 대한 격려말씀을 부탁했다. “매체소통이 원활한 시대여서 그런지 젊은이들은 그림도 마치 정보같이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게 자칫하면 개념적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여 자기의 근원을 연마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백은 “고정관념에 대한 의식해방이 현대성으로 나오는 것이라 여긴다. 삶이 철저하면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에게 드러난다고 여긴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최명영(1941~)화백은 황해도 해주가 고향이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1974~2007)를 역임했고 1962년 오리진회화협회 창립멤버이자 단색화형성에 이르는 주요미술운동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했다.
△글=권동철, 2020년 인사이트코리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