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가 최명영‥호흡의 總和 숙명의 歸還
“발(發)하는 것은 기운이요, 발하게 되는 까닭은 이치다. 기운이 아니면 발할 수 없고 이치가 아니면 발하게 되지 않는다.”<이이(李珥,1536~1584년)-이기론(理氣論),栗谷의 思想,尹在瑛 讀解,동서문화사刊,1978>
‘평면조건’시리즈는 마침내 일체가 승화된 광대무변의 공간이다. 붓, 롤러, 손에 물감을 묻혀 문지르는 이른바 지문 작업, 필경 중용(中庸)이 자아로 수렴되는 듯 중성적 색조, 한지위에 먹(Oriental Ink on Korean Hanji), 수직·수평을 화면에서 긋고 다시 색채로 묻고 그것을 반복한 선과 면의 레이어(multi layer)….
그들이 바탕이 되는 단위, 현상(phenomenon)으로부터 출발하는 얼개는 작업의 방법론적 일환이다. 그럼으로써 화면은, 물질과 비물질의 한계 너머 자연계의 섭리를 포용한다. 모든 인과(因果)의 공간 그 ‘평면’에서 관능과 심학(心學)이 우러나오는 것은 실로 고매한 경이로움과 다름없다.
◇모호함 또 반복과 수행
추사체는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년)의 서도금석학(書道金石學)에 기반한 천부적 창의력과 개성이 응축된 소산으로 제주유배지에서 발현된 서풍(書風)이다.
“그의 희로애락의 감정이 그대로 붓끝을 통하여 표현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점과 획의 운용이 강철 같은 힘을 가졌고 공간 포치에 대한 구상은 모두가 평범을 초월한 창의력이 넘친다. 그대로 현대회화와 공통되는 조형미를 갖추었으니 이는 과거의 어느 작가도 시도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다.”<임창순(任昌淳)-한학자,태동고전연구소장/韓國의 美(17),중앙일보,1986년刊>
그리고 김용대 전(前) 대구시립미술관 관장은 추사체를 “최소한의 이미지와 사연을 유지한 채,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많은 것을 의미하는 시방(十方)의 세계이다. 그의 시방 세계는 문자로서의 초극이며 평면 위에 의미를 압축시킨 회화적 치환이다.”라고 논평했다.<‘修行과 十方’전(展), 공간 퍼플, 2010>
추사체가 “울분과 불평을 토로하며 험준하면서도 일변 해학적인 면을 갖춘 그의 서체는 험난했던 그의 생애 속에서 만들어 진 것(임창순)”이라면, 최명영의 켜켜이 중첩되어 비로써 떠오르는 수행정신의 결정(結晶)은 ‘평면’에서 지각(知覺)할 수 있는 강력한 인력(引力)으로 작용한다.
특히 화면 곳곳 필획(筆劃)처럼 돋아나는 생생한 인상은 예기치 않은 긴장으로 관람자에게 장엄한 심미안(審美眼)을 배가시키며 전이된다. 그리하여 마침내, 본질로의 회귀를 가능케 하는 돌올(突兀)함은 무엇인가. 또한 시대를 뛰어넘어 추사와 최명영 작품세계를 관통하고 있는 줄기는 어떤 고유성을 갖고 있는가.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사나 예기치 않았던 사건들은 실상 온통 점과 점 그 자체로 인식 될 뿐 아니라 그 점과 점의 간격 또한 설명키 어려운 모호함(obscurity)함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다. 실은 그 모호함이야말로 그 어떤 사물, 상념에도 묶이지 않는 바로 자신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닐 런지!”<최명영 작가노트, 1986>
△글=권동철, 인사이트코리아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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