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삼덕동 화실(1942~45년)<대구미술관제공>
[권동철의 갤러리] 근대기 거장의 격렬했던 그림여정
이인성 특별전 ‘화가의 고향, 대구’, 11월5~내년1월12일, 대구미술관
이인성(1912~1950)작가는 일제강점기 대구에서 출생했다. 2차 세계대전, 해방, 한국전쟁을 거쳐 온 격렬했던 시대의 세대이자 근대미술이 도입되기 시작한 문화개화기를 살았다. 1929년 조선미술전람회 ‘그늘’로 첫 입선하여 데뷔했고 1931~35년까지 일본유학시기로 태평양(다이헤이요)미술학교에 입학하여 조선미전에 ‘카이유’로 특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일본 궁내성에서 매입했다가 1999년 우리나라로 돌아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이진명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칼라 꽃 다섯 송이가 하늘을 향해 역동적으로 있으며 두 송이 장미가 중앙에서 관람자를 오롯이 응대한다. 상사화로 보이는 주황색 꽃 두 송이는 지면을 향해 처져있다. 구아슈 계열의 수채화로 그렸음에도 유화의 느낌이 절묘하게 살아난 이 작품은 우리나라 정물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수놓는다.”라고 해설했다.
계산동성당, 34.5×44㎝, 종이에 수채, 1930년대 중반<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와 함께 ‘계산동 성당’은 1930년 일본에서 귀국하여 그린 것으로 추정한다. 앞쪽에는 한옥기와지붕들이 겹쳐져 있고 그 사이 감나무가 자리한다. 뒤로는 성당건물의 첨탑과 여러 각도의 지붕들이 그려져 있는데 작품 속 감나무는 현재도 대구시민들에게 ‘이인성 나무’라고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이인성은 1935년 귀국해 대구남산병원장 딸인 김옥순과 결혼식을 올렸고 조선미전에서 ‘경주의 산곡에서’로 최고상인 창덕궁상을 수상했다.
이진명 대구미술관학예연구실장은 “장인의 배려로 남산병원3층을 아틀리에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곳에 ‘이인성 양화연구소’라는 간판을 내걸고 후진을 양성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미술사에서 유달리 대구지역수채화가 유명한 것은 서동진과 이인성, 특히 이인성의 영향이 지대했다. 유화 같은 수채화, 일필휘지의 동양화의 필치가 가세해서 독특한 경지로 뻗어간 우리만의 수채화, 그것은 이인성이 고향대구에 안겨준 커다란 선물 중 하나다.”라고 평했다.
카이유, 72.5×53㎝ 종이에 수채, 1932<국립현대미술관>
이인성 화백은 1942년 부인의 죽음을 맞이한다.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서양화부 심사위원으로 ‘국화’, ‘가을 꽃’을 출품했고 이듬해 서울북아현동 자택에서 작고했다.
한편 이인성 특별전 ‘화가의 고향, 대구’는 지난11월5일 오픈하여 내년 1월12일까지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에서 전시 중이다. 화가 이인성의 서른아홉 요절하기까지 행복과 창작열정이 불탔던 1930년대 초~40년대 말까지 풍경, 인물, 정물화 등 원작20점과 아카이브10점을 관람할 수 있다.
특히 2020년은 ‘이인성미술상2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써 그의 삶과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의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김나현 대구미술관학예연구사는 “그가 살았던 시대상황과 인간사 그리고 가족사 등과 연결하면서 각각의 작품이 지닌 내적의미를 심층적으로 풀어내고자 해제(解題)에 심혈을 기울였다.”라고 밝혔다.
△글=권동철/이코노믹리뷰 2019년 12월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