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美術人

[양규준 화백]‘바람’개인전,不繫於網如大風(불계어망여대풍),전북도립미술관서울관,전북순창출신화가,서양화가양규준,양규준작가,전주고 52회)

권동철 Kwon Dong Chul 權銅哲 クォン·ドンチョル 2017. 4. 13. 23:22


양규준 화백




생명감 가득한 삶의 희망을 표현

    

 

형상도 없고 왔다가 사라지는 데 무슨 이유가 없듯이 예순을 넘고 보니 사물의 본질을 자꾸만 바람으로 인식하게 된다. ‘不繫於網如大風(불계어망여대풍)’이라는 불교경전구절이 뜨거운 공감으로 다가오는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나의 작업에서 속도감 있게 나타내는 형상 자체도 시간성으로 소멸되어가는 과정이니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오는 67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6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여섯 번째 바람개인전을 앞두고 작업에 여념이 없는 화백을 서울 북촌에서 만났다. 요즈음 전시작을 준비하면서 비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화가의 입장에서 비움이란 뭐랄까, 비우려고 해서 비우는 것이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 그러니까 자의적이라기보다 내가 살기위해 버리고 내려놓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치 먼 길을 가기위해서 쓸데없는 짐을 내려놔야지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갈 수 없듯 그렇게 되어야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도리가 없다. 버린 다음에 오는 허함이, 그런 느낌들이 화가로서는 아주 힘든 부분이다.”

 

서양화가 양규준 작가는 전북순창출신으로 어렸을 때 느꼈던 동양화나 서예의 학습 분위기에 대한 기억이 현재의 작업으로 녹아나는 것이 아닌가싶다라며 서양화 그림을 처음 본 것이 중학교 2학년 때라고 했다. 유년시절 할아버지 방()에 둘러쳐진 서예병풍의 서체들이 찰나적으로 일렁이던 흔적들을 뚜렷하게 기억해내고 있었다.

 

한지를 바른 방문으로 들어오는 한낮의 빛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의 방은 항상 희미한 어둠에 감싸여 있었다. 7폭의 병풍이 벽 쪽으로 항상 놓여있었는데 서체는 마치 살아서 꿈틀거리는 생명체 같았다. 바닥에 드러누워서 보면 약하고, 강한 글씨들이 이리저리 허공을 날아오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곤 했다. 허공을 부유하는 그것은 무척 가벼우며 자유로워 보였다.”

 

양규준 작가는 전주고(52)와 중앙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지난 1997~2012년까지 뉴질랜드에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펼치다 귀국했다. 뉴질랜드 화이트클리프 미술대학원을 졸업했고 화이트스페이스 소속작가로 현재까지 꾸준하게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다. 국내에선 이목화랑, 백송화랑 등에서 다수 개인전을 가졌다.

 

경기도 안성시에 작업실이 있고 중앙대 미술학부에 출강하고 있는 그는 뉴질랜드에서 데려 온 열 살짜리 애완견 심바와 안성천변을 산책하면서 존재와 소멸에 대해 사색한다고 했다. “나는 대자연인 우주 속에 있는 존재들을 표현하려 한다. 그것은 현실세계의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으며 모든 것을 잃음으로써 다시 잉태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내 그림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르는 존재와 혹은 기억들에 관한 기록이다.”



권동철/이코노믹리뷰, 2017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