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자연의 운행 질서에 비추어 보면, 나무는 불로 태우면 연기가 위로 올라가고 재는 아래로 잠겨버리는 것과 같다. 신명(神明)은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의 근본이고 정기(精氣)는 모든 사물의 몸체다. 그 형체를 온전히 하면 생명력이 넘치고 그 정기를 기르면 성명(性命)이 오래도록 보존된다.” 화면은 견고하게 구축된 형태와 절제된 색채 그리고 자연스럽게 도드라진 선과 한지(韓紙)의 특별함인 반투명성으로 비친다. 종이를 투과한 잔영(殘影)너머 어떤 움직임의 미묘한 아우라는 적절한 표현매체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그림을 그립답게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동양사상(Orientalism)을 시각적으로 재해석하는 이 밀도 깊은 회화성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작가는 한국전통종이인 한지특성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지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