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서경자 ‘명상’연작…풍부함·희망 충만한 평화로움 아주 오래 달인 마음의 결이 이럴까. 침묵이 이렇게 아름답다. 고요한 잔물결 위. 야윈 가지에 이른 봄 초록의 조그마한 흔적, 애증의 파고가 일렁일 때마다 여미고 또 여며 속으로 녹여 내린 작거나 혹여 커다란 파문이 원(圓)으로 일다 이내 잡힐 듯 사라졌다. 나무, 물, 하늘, 별…. 생멸(生滅)을 거듭하는 자연은 인식할 수 없었던 것들을 드러내 놀라운 생명력을 실감하게 한다. 추상과 구상 사이에서 잔잔히 흔들거리는 화면은 우리들의 적절하고도 친밀한 질문에 부드러운 햇살 아래 하얗게 튕겨 빛나는 화이트 사파이어처럼 깨끗하면서도 풍요로운 선율들로 흐른다. 고요의 바다, 생(生)의 항해를 떠올리는 그녀의 매우 능숙한 문체는 우리의 정신적 체험을 때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