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정길채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서초역 방향 인근에 있는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지하1층에 자리한 갤러리K는 좌우 문을 열면 바깥과 연결된 열린 공간이었다. ‘Golden Mean’전시작품들은 높은 천장과 넉넉한 규모의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작품마다 고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작가의 삶과 작품의 동질성 혹은 진정성을 고민해 보고 싶은 의미의 전시라는 정길채 작가를 단독으로 만나 작품과 그의 여러 생각에 관해 심도 있게 얘기 나눴다. “다소 추상적이고 기호적이고 상징적이라 읽히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고스란히 뉴욕생활 16년을 포함한 삶의 과정을 드러내려했다”고 전했다.
◇결과에만 관심 쏠리는 것 지양되어야
그는 귀국해 서울서 3년 동안 작업에 몰두해 왔지만 외부활동을 그다지 많이 한 것 같지는 않다고 했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한국적인 아트소사이어티(Art Society)의 모호한 문제점이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돌아와 보니 작가를 둘러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 작가로 하여금 어떤 발명가가 되기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미국 혹은 어디 외국에 있다가 오면 새로운 것을 들고 와야 한다는 어떤 압력들이 앞서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너는 무엇을 들고 왔느냐’에만 온통 시선과 관심이 쏠려 있는 것 같았다. 그 무언의 요구와 압력이 지난 3년 동안 소통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털어놨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작가 고유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결과만 보여 달라는 것이었다. 마치 세상에 하나 뿐인 물건을 만들어 와야 한다는 것처럼. 실제로 그러한 풍토가 팽배해 있다”고 꼬집었다.
“귀국해서 가장 놀란 것은 작가의 고유한 삶의 과정과 작품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반응하는 것이었다. 일부이겠지만, 실제로 작가 스스로도 외부적인 요소에 대한 반응으로 작품이 영향을 받고 그렇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는 자신의 삶이 녹아있는 것을 보여줘야 그것이 진정한 작가정신이다.”
◇솔직성과 진정성 그것을 표현하라
“서양 작가는 아이덴티티(identity)와 자신의 리얼리티(reality)를 그대로 작품에 보여준다. 이것이 한국작가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는 그는 한국작가에게는 외국작가들이 부러워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이를테면 테크닉이나 교육의 다양한 지식의 습득이나 성실성 등 우리 전통의 문화적 유전자(DNA)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작가가 덜 나오는 것은 작가 스스로가 그러한 유전자를 작품에 투영하지 못하고 외부적인 것에 대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찾는 방법은 “솔직성과 진정성”이라고 했다.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작가정신에 부합하기 때문일 텐데 지금시점에서 철저하게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래야만이 세계적 작가로서 발돋움하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의 작품은 추상적 리얼리티
이번 전시는 2000년도부터 2013년 동안, 만만치 않았던 개인적 삶의 경험들을 3년 동안 정리한 전시다. 작품을 추상적인 것으로만 보는데 실제로는 리얼리티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작가는 “이번 전시 주제 ‘골든 민(Golden Mean)’은 중용(中庸)으로 해석되지만 나에게서 의미는 밸런스(Balance)가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여러 삶의 과정을 겪으며 사회와 내 자신과 혹은 주변사람과 물질과 그런 관계들을 어떻게 잘 유지 할 수 있는가하는 의미에서 중용이란 나에게는 밸런스다. 결국 내 삶 자체가 그러한 것을 찾는 것이 아닌가 한다. 또한 그러한 의미가 나의작품이다. 그래서 추상이라기보다는 추상적 리얼리티가 첨예한 작품이다.”
한편 이번 전시는 서울시 서초구 갤러리 K에서 13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02)2055-1410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3년 6월21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