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여름날 창문 밖, 후드득 대나무 숲으로 떨어지는 빗소리에 잠시 침묵한 화백은 따끈한 녹차 한잔을 권했다.
일기변화가 심해 맑던 하늘이 금방 어두컴컴하니 변하며 비를 뿌리기 일쑤였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의 끝자락, 서울 성수동 소재 소천(小天) 김천두(金千斗) 화백의 화실 ‘산왕당(山王堂)’ 대나무 숲에선 매미들이 자지러지게 합창했다.
여든넷의 고령임에도 일생을 술과 담배를 멀리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작업에 몰두해 온 한국 문인화의 거장(巨匠)은 맑고 깨끗한 웃음으로 반겨주었다.
화가로서 일생을 걸어오신 선생께서는 후학을 위한 ‘화가의 길’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화가 생활을 하려면 겸손해야합니다. 겸손이란 경쟁 심리를 없애야 한다는 의미인데 남들이 뭐라고 할지언정 자기가 달성하고자하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한 결 같이 온전하게 정진하는 것입니다. 자기 내면의 깊은 자아(自我)를 지켜나가는 겸손이야말로 긴 예술가의 인생으로 보면 더욱 가치 있는 것이지요”라며 생생한 교훈을 전했다.
또 화백은 “그림은 고상해야 합니다. 헛 선(線)을 안 그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그림이 나오려면 많은 공부가 필수적이라는 화백은 “화가에게서 ‘천만권의 책을 읽고 천리의 길을 사색하라’는 말은 그렇게 해야 비로써 덕(德)이 있는 그림이 나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글-권동철, 이코노믹리뷰 2011년 9월6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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