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4년 1월30일부터 2월5일까지 일본 도쿄 우에노 모리미술관(上野の森美術館)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전체규모가 지하1~지상1층인데, 지상 층은 다시 나뉘어져 있어서 엄청 큰 대형전시장이었다. 그래서 서울에서 작품배치도면을 준비해서 작품을 보낼 때 함께 부탁했는데, 운송 측에서 배치도를 뺀 채 작품만 보내와서 일본어를 모르는 나에게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120여점의 작품들이 미술관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라인 작품배치도가 없어서 나는 손으로 일일이 가리키며 작품들을 즉흥적으로 배치해야만 했다. 미술관측 작품디피 방침은 3시간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관계자에게 들었다. 때마침 작품설치 팀(20~30여명)이 도착하여 마무리해 주었다.
작품설치과정 때 디피 총괄팀장이 나의 그림을 보더니 양손으로 계속 엄지 척을 해주었고 그림 배치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준 것을 나는 느꼈다. 다음날 아침 일찍 그 팀장부부가 정장을 하고 표를 사서 전시장에 들어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매우 놀라움과 감사함이 교차했다.
작품을 설치하려 할 때, 뮤지엄 큐레이터 분이 처음에는 ‘작품이 너무 많아 남는 그림은 뮤지엄 밖에서 보관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나중에 배치가 거의 끝나갈 즈음에 호감어린 눈빛으로 ‘뮤지엄측에서 남는 작품들은 보관해 주겠다.’라고 호의적으로 바뀌어 무척 감사했다.
◇나의 작품을 보고 우시던 분의 잊지 못할 감동
나의 전시회 전시영상을 도와주러 제자 친구가 일본까지 와 주었다. 나와 그 친구가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던 중, 자그마하고 품위 있는 중년여인이 나를 보고 울먹이며 무어라 이야기 건넸다. 나는 전혀 알아듣지 못해 그 상황에 너무 놀랍고 당황하여 옆에 있던 그 친구에게 ‘내가 뭘 잘못했느냐?’라고 물어보았다.
나와 그 친구는 서로 놀라서 여자분을 바라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전시회 직전, 개인전을 열었던 일본의 모 대학교수 겸 작가였다. 나의 작품을 보고 너무 좋다고 울먹이며 표현했던 것이다. 눈물이 뚝뚝 떨어지듯 그렁그렁했었는데, 나는 속으로 일본사람들은 좋은 것을 이런 식으로 표현하나보다 라고 느꼈다. 이것이 나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정연 작가의 말, 작업실에서, 대담=권동철, 2025.1]”